부동산 열풍
홍 행 기
경제부장
2015년 05월 20일(수) 00:00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동창모임에 나갔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한 친구가 “나도 소형 아파트 한 채는 가지고 있다”며 “요즘 직장인이라면 살고 있는 집 외에도 재테크 차원에서 아파트 한두 채는 추가로 구입하는 것이 트랜드”라고 했단다. 한 채 가격이 억대가 넘어가는 아파트를 어떻게 그렇게 많이 갖고 있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대출을 이용하면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고, “자기 집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바보”라는 해설도 곁들여졌다고 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대다수 직장인에 맞춰 설명하자면 이렇다. 광주 근교에 17평짜리 아파트가 5000만 원에 매물로 나왔고, 이 아파트에는 보증금 500만 원에 매달 월세 30만 원을 내는 세입자가 살고 있다고 가정하자.

여윳돈으로 2000만 원을 쥐고 있는 직장인 B씨가 이 집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2500만 원이 추가로 필요한데, 이 돈은 B씨가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이 가능하다. B씨가 시중은행에서 주택을 담보로 2500만 원을 대출받을 경우, 원금은 나중에 내고 이자만 먼저 내는 대출상품의 금리는 연 4% 수준이다.

1년 이자 총액이 100만 원이니 매월 8만4000원씩만 이자를 내면 17평짜리 아파트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결국, B씨는 월세 30만 원에서 은행이자 8만4000원을 제외한 21만6000원의 소득을 매달 얻을 수 있고, 추가로 미래의 아파트값 상승에 따른 이득까지도 손에 쥘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러니 아파트 투자 열풍이 뜨거울 수밖에. 대출을 받더라도 일단 당첨만 되면 수천만 원대의 프리미엄에, 세를 놓을 경우 적지 않은 월세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가 따로 없다.

올 초까지만 해도 지역 주택분양업계에서는 ‘올 하반기부터는 자금시장이 위축되면서 주택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오는 7월 말 시효가 만료될 예정이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조치가 1년 연장되면서 이런 걱정도 쑥 들어가 버렸다. 정부의 ‘양적 완화 정책’을 등에 업고 돈이 계속 풀린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경기도 등지에서 미분양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데다 나주혁신도시에서 성공리에 100% 분양을 마무리한 주택업체들도 실상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청약 경쟁률이 높았다지만 분양대행사들이 직원과 친인척, 부동산중개사들을 동원해 100만 원씩 청약증거금을 넣어 ‘전략적으로’ 경쟁률을 끌어올린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분양률이 높은 것도 상당 부분은 ‘프리미엄 또는 시세차익’을 노린 외지 투자자 또는 투기자본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주택업체들의 불안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1∼2년 후 아파트 입주가 시작될 때까지 현재의 부동산 활황이 이어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계약금만 넣고 중도금은 무이자 은행대출로 버티고 있는 투자자 또는 투기자본은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바뀔 경우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선 계약금을 떼이더라도 손을 털고 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광주에서 ‘부동산 활황’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도 광주에서는 수십 개의 건설사와 시행사, 수백 명의 토지 작업자들이 ‘조금 위치가 나쁘더라도, 올 말까지만 분양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는’ 아파트 부지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문제는 올해 이후다. 지금 당장이야 정부가 돈을 풀고 있으니 부동산도 활황세가 이어질 테지만, 서서히 신규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주택 수요도 줄기 시작할 것은 불문가지다. 경기 불황까지 겹쳐 부동산 전망이 어두워지면 수백, 수천만 원대에 이르던 프리미엄은 거품처럼 사라지고, 치솟던 아파트 가격도 고개를 숙이게 마련이다.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진 투기자본은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 떠나갈 테니,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비싼 값을 치르고 아파트를 구입한 주택 실소유자들이기 십상이다. ‘끝나지 않는 잔치는 없다.’는 말, 요즘 부동산 투자자들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redplan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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