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프로젝트 in 광주
2013년 08월 21일(수) 00:00
지난해 가을 광주시 동구 예술의 거리에서 매우 특별한 전시회를 만났다. 그것도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갤러리가 아니라 낡고 오래된 빈집에서다. 20∼30대 젊은 작가들이 꾸민 ‘아트 토크-남쪽이야기’는 감동, 그 자체였다. 갈수록 쇠락해 가는 예술의 거리를 되살리기 위해 빈집(광주시 궁동 예술길 17-7)을 예술적 상상력과 끼가 넘치는 아트하우스로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먼지와 거미줄이 ‘자리를 잡았던’ 안방 벽에는 수십켤레의 검정고무신을 소재로 한 설치작품이 내걸렸고 낡아서 삐걱거렸던 마루는 LED조명이 흐르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한옥카페로 변신했다.

예술의 거리의 ‘빈집 프로젝트’를 둘러본 순간 3년 전 취재차 방문했던 일본 나오시마 섬의 ‘이에(家) 프로젝트’가 떠올랐다. 이에 프로젝트는 지난 1998년 혼무라 항의 100년 된 낡은 7채의 집을 예술가들에게 제공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도심재생사업이다. 특히 제사를 지내던 신사는 빛과 여백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현대미술작가 제임스 터렐의 ‘미나미 데라’(南寺)로 옷을 갈아입었다. 골목길를 따라 이집 저 집 둘러 보는 즐거움은 어린 시절 보물찾기를 떠올리게 했다.

황폐하고 쓸쓸했던 나오시마는 자연과 건축, 미술이 어우러진 이에 프로젝트 덕분에 ‘예술의 낙원’으로 되살아났다. 자전거로 10분 거리에 있는 지추(地中)미술관과의 시너지 효과를 누린 결과이기도 하다. 요즘 ‘한국의 산토리니’로 불리며 도심 재생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는 부산의 감천마을도 이에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최근 광주시가 7억 원의 예산을 들여 연말까지 동구 등 4개구의 빈집(전체 2374채) 4곳을 구입해 공익공간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비록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도심재생의 일환으로 버려진 건물을 재활용하기로 했다니 반갑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인 만큼 우선 전당 주변의 빈집들에 ‘올인‘하면 어떨까. 도심의 빈집을 예술가들의 스튜디오로 리모델링하면 2015년 개관하는 국립 아시아문화전당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광주 도심은 전당 이외에는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만한 볼거리가 부족하다. 지금부터라도 ‘광주판 이에프로젝트’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전당을 도심의 거대한 섬으로 고립시키지 않으려면 더더욱 그렇다.

〈편집국 부국장·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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