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문화정책실장에 바란다
2009년 08월 17일(월) 00:00
지난 2007년 5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누구도 예상못한 대형사고(?)를 쳤다. 서울시를 ‘뜯어고친다’는 이유로 ‘디자인 서울총괄본부’(디자인본부)를 발족한 데 이어 공공디자인 분야의 권위자인 권영걸 서울대 미대학장을 본부장에 앉힌 것이다. 무엇보다 세인들의 이목을 끈 건 디자인 본부의 위상이었다. 오 시장이 직접 챙기는 직속기구인 데다 권 본부장의 ‘비중’이 부시장급이었기 때문이다. 당장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는 거리가 먼, 오 시장의 ‘생뚱맞은’ 선택에 회의적인 시선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오 시장의 프로젝트는 서울시의 도시경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권 본부장은 도시의 품격을 해치는 공공의 적으로 ‘들쭉날쭉 간판’을 지목, 가장 먼저 간판·현수막 등 광고물 정비에 손을 댔다. 재임기간 2년 동안 가로 및 건축 외관관리, 한강변 경관 개선 등을 추진해 칙칙한 서울의 표정을 산뜻하게 바꿨다.

오 시장이 디자인 본부를 창안한 것은 공공디자인을 문화도시의 필수요소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볼거리가 많더라도 도시의 분위기가 ‘문화적’이지 못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오시장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디자인 본부는 서울을 문화도시로 변신시키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디자인 본부가 서울의 문화행정을 아우르는 구심체라고 한다면 광주시 문화체육정책실(문화정책실)은 예향 광주의 그것이다.

지난 2005년 1월 박광태 광주시장은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사업과 문화행정을 총괄하는 기구로 기존 문화관광국과 문화수도 추진지원단의 기능을 합친 문화정책실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잦은 인사교체와 낮은 전문성으로 문화정책실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 대전, 대구 등 다른 지자체들이 외부 전문가들을 특채해 공무원 조직의 전문성을 높인 것과 달리 정책실엔 문화전문가가 단 1명도 없다.

특히 빈번한 인사가 문제다. 초대 실장이 6개월만에 자리를 옮긴 데 이어 후임 역시 3개월만에 바뀌는 등 불과 1년 사이에 3명이 교체됐다. 출범 이후 지난 4년간 무려 6명의 실장이 양산된 것이다. 신임 실장이 업무파악도 하기 전에 바뀌다 보니 문화전당과 관련된 현안들이 진전되지 못하고 원론에서 다시 검토되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최근 광주의 발목을 잡고 있는 도청별관문제가 ‘지난날’ 아시아 문화전당 설계를 둘러싼 이견을 조율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볼 때 정책실이 이번 ‘별관논란’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단행된 광주시 인사에서 문화정책실의 수장으로 임명된 김동률 실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청별관문제를 비롯해 베이징 창작스튜디오 개설등 지역의 문화현안들이 ‘정리’되지 않은 만큼 문화정책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해서다. 신임 실장은 광주의 문화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로서의 무기력한 위상을 추스리는 일부터 챙겨야 한다. 역대 문화정책실의 관행(?)대로 잠시 거쳐가는, 단명(短命) 실장으로 만족해선 안된다. 그러기엔 광주의 미래를 좌우할 문화 현안들이 너무나 많다.

/문화생활부장·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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