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민을 학살한 박준병이 현충원에 묻히고 국가 예우를 받고 있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요. 광주 시민으로서 묘는 한 번 밟아주고 가야겠어요.”

5·18기념재단은 지난 29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5·18 역사 왜곡 현장 탐방’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는 5·18기념재단과 5·18민주화운동 공로자회·부상자회, 오월어머니집 등 5·18 관계자, 전남대 5·18연구소, 광주흥사단, 인문연구원 동고송 시민 등 28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현충원 장군1·2묘역에서 국가예우를 받고 있는 5·18 광주 학살자 등 묘지를 직접 확인하고 국립묘지법 개정 등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현충원 내에는 광주학살 5적(전두환·노태우·정호용·박준병·이희성) 중 한 명인 박준병 제20보병사단장의 묘가 있었다. 박준병이 이끌던 20사단은 전방부대임에도 1980년 5월 21일 오전 광주의 외곽을 봉쇄하기 위해 광주에 증파됐으며, 21일 밤 광주~목포간 도로에서 광주시로 들어오는 민간인 차량에 무차별 발포했다.

박준병의 묘비에는 그의 가족이 쓴 ‘지장·덕장으로 일생 국가에 헌신하시고 고향의 발전을 위해 밤낮으로 수고하셨다’는 내용의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5·18 당시 시위대 진압 임무를 맡아 광주도청진압작전을 직접 수행한 소준열 계엄분소장의 묘도 있었다. 소준열은 5·18 직후 촬영된 영상에서 시위를 진압한 뒤 신군부 주요 인사들과 만나며 만연한 웃음을 보이기도 했던 이다.

또 현충원에는 전두환에게 5·18 유혈진압을 건의한 진종채 제2군사령관의 묘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진종채는 전두환에게 충정작전(광주재진입작전)을 건의하고, 전두환은 건의 문서에 ‘굿 아이디어’ 문구를 적는 등 5·18 진압 작전에 깊게 관여된 인물이다.

이밖에 12·12 군사반란 ‘간판 5인방’으로 꼽히는 유학성 제3군사령관과 정동호 대통령 경호실장 직무대리, 정도영 보안처장, 김윤호 제1군단장 등이 현충원에 묻혀 있었다.

정성일 (사)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기획홍보팀장은 “이들은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시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역사적 책임이 있음에도 국립묘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아직도 국가예우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