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일손 없어 난리인데…대책없이 단속만 할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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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일손 없어 난리인데…대책없이 단속만 할텐가
영암·고흥·순천 등 전남 농가, 외국인 노동자 단속에 작업 차질
계절 근로자 고용 불안에 수확 늦어지고 월동작물 파종도 지연
농민·지역 의원 “체류 양성화·농업특화 비자 제도 개선 등 시급”
2025년 11월 27일(목) 20:10
/클립아트코리아
#. 영암에서 무와 양파 농사를 짓고 있는 허경집(71)씨는 4만 9000㎡(1만 5000평)에 양파를 파종해야 하지만 아직 3분의 1이나 남아있다. 하루에 20여명이 필요한데,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 인력사무소에 10명을 요청해도 2~3명 올까말까해 파종 시기를 계속 늦추고 있다. 다른 밭 한쪽에 뽑아놓은 무는 서울로 실어보내야 하는데, 일손이 없어 그대로 둔 지 한 달이 됐다.

허씨는 “외국인 아니면 농사를 못 짓는다. 계절노동자는 몇개월 정도만 일하고 또 나가는데 농삿일에 적응되겠냐”면서 “정부가 다 그렇게 잡아다 보내버리면 노인들만 있는 시골에는 정말 일할 사람이 없다. 대책을 마련해주기는 커녕 그냥 (단속외국인을) 버스에 싣고 가면 밭에 혼자 남은 농민은 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불법 외국인 노동자 단속으로 들녘 일손을 구하지 못한 농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김장철을 맞아 수확에 나선 해남 배추밭 인력난<광주일보 11월 27일자 6면>에 이어 마늘·양파·시금치 등 월동작물 파종기를 맞은 농민들이 자칫 인력난에 파종 시기를 놓칠까 우려하면서 지역 국회의원들에게도 대책 마련을 요청하는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농촌 현장 수요를 고려한 적법한 외국인 근로자 공급 대책과 고용 방안을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흥 마늘 재배 농민 송정인(51)씨는 “한 명이 하루에 330㎡(100평) 정도 심는데 9917㎡(3000평)을 하루에 다 하려면 30명이 필요하다”면서 “단속에 들어갔다는 지역이 알려지면 ‘거긴 안 들어가겠다’고 거부하는 외국인들을 어떻게 구해 고용하겠냐”고 전했다.

전남 농촌은 김장철을 앞둔 배추 수확이 한창이고 고흥 등에서는 마늘 파종을 시작하는 시기라 농민들은 겨울에도 분주하다.

하지만 정부 단속으로 밭일을 도와줄 외국인 노동자들을 구하지 못하면서 제 때 파종을 하지 못하고 방치하는가 하면, 농사를 미루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순천 지역 미나리 단지도 매한가지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돼 여름철만 제외하고 10월부터 본격적인 수확에 돌입해 다음해 6월까지 작업을 이어가야 하는 몇개월은 커녕 하루 일할 사람도 부족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서삼석(영암·무안·신안), 문금주(고흥·보성·장흥·강진) 의원 등 3명이 27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무차별적인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중단과 농촌 인력난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한 이유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들은 “전남 지역 농가 현장에서는 미등록 체류 신분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밭과 식당, 심지어 이동중에도 불시 단속에 적발되면서 하루에도 수십 명씩 단속반에 잡혀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으며, 돈을 주고도 당장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적기에 농작업을 진행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남 농민들 사이에서는 계절 근로자들의 경우 ‘짧은 체류 기간’으로 농사일에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가다보니 숙련자를 찾는 농촌 현장에서는 계절 근로자 대신, 오랜 기간 경력자를 선호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의원들은 이같은 점을 감안, 이날 ▲3개월 이상 상시 고용이 어려운 농가의 특성 반영 ▲고용 농가 이외 근무 불가 원칙으로 인한 불법 근무자 양산 문제 해결 ▲지역농협 미참여에 따른 인력 배정 불균형 해소 등 시급한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의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2023~2027)’에 따라 단속이 강화되면서, 합법적인 신분을 가진 외국인 노동자들마저 불안감에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농업 현장에서는 합법이든 불법이든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농사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단속만 할 것이 아니라 한시적으로라도 미등록 외국인의 체류 자격을 인정해 정식 비자를 발급하는 등 양성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일권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도의장은 “미나리, 마늘, 오이, 시금치 등 현재 광주·전남 지역의 모든 농가들이 인력 비상”이라며 “농사일에 숙련된 노동자들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고 농업에 특화된 비자 제도 개선 등 외국인 근로자들이 농촌에 적법하게 남을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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