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하루를 살아가는 이유를 부드럽게 깨우는 예술이다.”

시인 티치 나한의 말처럼 커피는 단순한 액체가 아니라 숨 가쁜 일상 속에서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작은 여유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커피 소비국이다.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약 405잔으로 전 세계 평균(약 152잔)을 크게 웃돈다. 국내 커피전문점은 10만여개에 이르며 어느 도시에 가더라도 몇 걸음마다 카페 한 곳쯤은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다.

광주시 동구 동명동은 그중에서도 감각적인 로스터리 카페와 예술이 공존하며 골목이 함께 숨 쉬는 카페거리다. 그러나 한때, 도시의 성장과 상권의 빠른 변화 속에서 동명동의 개성을 대표하던 로스터리 카페들이 하나둘 사라지며 카페거리의 정체성이 희미해지기도 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2021년 지역 상인과 주민, 로스터리 카페들이 동명동의 정체성을 다시 세우기 위해 뜻을 모아 시작한 축제가 바로 ‘동명커피산책’이다.

‘좋은 커피는 좋은 도시를 만든다’는 믿음 아래 주민과 상인, 청년, 행정이 함께 힘을 모아 만든 이 축제는 단순한 커피 행사가 아니라, 지역이 스스로의 문화를 지켜가기 위해 직접 기획한 로컬브랜드 축제다. 단순한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역 공동체가 스스로 정체성을 회복하고자 나선 움직임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동명커피산책은 지난 4회에 걸쳐 누적 방문객 약 9만명, 지역상권 매출 30% 증가를 기록하며 동명동을 대표하는 축제로 입지를 다졌다. 100여개 로컬 브랜드가 참여하며 ‘커피로 지역을 살리는 축제’로 정체성을 공고히 했다.

올해 축제는 ‘취향을 찾는 감각 여행(Taste Voyage)’을 주제로 8일 동명동 카페거리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주차장 일원에서 열린다. 커피를 매개로 개인의 감각과 취향을 탐색하고 지역의 공간과 사람, 경험을 잇는 여정형 축제로 기대를 모은다.

축제의 출발점인 체크인 카운더 Departure Gate C(coffee)에서는 참여자에게 여권형 스탬프북을 배부해 나만의 취향을 찾아 떠나는 탑승의 순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지는 ‘TASTE LOUNGE(테이스트 라운지)’는 책과 커피, 음악이 어우러진 노천카페로, 방문객들은 커피향 속에서 잠시 머물며 감성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시그니처 프로그램 ‘JUST AWARD(저스트 어워드)’에서는 각 카페의 개성 있는 원두를 시음하며 자신만의 취향을 탐험할 수 있다. ‘NO RUN, JUST WALK(노런 저스트워크)’는 동명동의 20개 카페와 1개의 전시 스팟을 잇는 커피 골목 투어로, 시민들이 여권북을 들고 걸으며 향기와 이야기를 하나씩 모으는 경험을 제공한다.

개막 공연도 눈여겨 볼 만하다. ‘커피수묵’에서는 한국화가가 커피로 수묵화를 그리는 라이브 퍼포먼스를 만날 수 있다. 커피와 클래식이 만나는 인문학 강연 ‘커피칸타타’, 청년과 예술가가 함께 만드는 감성마켓 ‘동명마르쉐’, 커피산책 굿즈와 커피 MBTI 원두샵을 운영하는 ‘동명면세점’ 등 감각적이고 참여형 프로그램도 골목 곳곳에서 이어진다.

이번 축제는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지속 가능한 커피 도시를 향한 실천적 시도다. ‘커피산책 ESG 캠페인’을 추진, 커피 한 잔에도 환경과 지역, 사회적 가치를 고민하는 문화를 담아 확산하도록 할 예정이다. 조선이공대학교 RISE사업단과 협력해 광주 김치·무등산 수박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한 로컬 디저트도 개발해 선보이며 청년 창업과 지역 브랜드 육성 기반도 다질 전망이다.

동명커피산책은 도시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지켜내는 과정이자 사람과 문화가 함께 숨 쉬는 동명동의 이야기다. 커피에 진심인 장인의 솜씨와 지역 청년의 창의성이 피어나고 커피향이 가득 담긴 동명동만의 감성이 골목마다 스며든다.

다가오는 주말,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향기로운 동명동 골목을 따라 커피와 사람, 그리고 도시가 어우러지는 순간을 만끽하며 동명커피산책을 즐겨보면 어떨까. 카페들의 개성 있는 원두와 로컬 디저트를 경험하고 골목 곳곳에 스며든 이야기와 향기를 따라 걷다 보면, 자신만의 취향과 감성을 발견하는 특별한 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