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소설을 쓰고 부인은 그림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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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소설을 쓰고 부인은 그림을 그리다
김준태 시인 부인 이명숙 씨와 소설집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았다’ 펴내
액자소설 90편, 중편 1편, 70개 삽화 수록… “아내에게 책 바친다”
2025년 10월 30일(목) 19:10
김준태 시인이 삽화를 그린 부인 이명숙 씨와 함께 첫 소설집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았다’를 발간했다.
시인은 소설을 쓰고, 부인은 그림을 그리다.

5월 광주를 대표하는 시인 김준태와 그의 부인 이명숙 씨가 콜라보로 한 권의 소설집을 내 ‘화제’다. 짧은 소설 90편과 70개 삽화를 엮어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았다’(도서출판 b)를 펴낸 것.

부창부수(夫唱婦隨)는 이런 경우를 이르는 말인 듯하다. 남편이 주장하면 아내가 잘 따른다는 뜻인데, 부부 사이의 조화를 이루는 말이다.

30일 기자와 만난 김준태 시인은 “이번 창작소설집을 아내에게 바치고 싶다”며 “아내 몰래 비자금 한 장을 봉투에 넣어 건넸다”고 말했다.(카랑카랑한 목소리와 큰 체구 이면에 수양버들 같은 섬세한 감성이 자리했다.)

아내에 대한 애정과 깊은 존경의 뜻이 담긴 말로 다가왔다. 그럴 만도 했다. 80년 5월 당시 ‘아아 光州여…’를 쓰고 난 뒤, 아내와 가족들이 겪었을 고통을 가늠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5·18 당시 시인은 전남고 교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신문사(광주일보 전신 옛 전남매일)로부터 시를 써달라는 부탁은, 신문 발행이 다시 재개되는 것과 맞물려 이뤄졌다. 오월 항쟁 기간 광주에서는 신문 발행이 중단된 상태였다.

그는 당시 북구 신안동의 주택에 세 들어 살고 있었다. 신문사로부터 전화를 받은 즉시, 그는 아내와 아이들을 밖으로 나가 있게 했다. ‘아아 光州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는 그렇게 아내의 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 전후 사정을 알고 있었기에 ‘이번 소설집을 아내에게 바친다’는 말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5분 정도 읽을 수 있는 짧은 꽁트 형식의 소설을 90편을 담았어요. 예전에 써뒀던 30편, 이후 20편 그리고 최근까지 쓴 40편을 모았죠.”

아이디어는 실제 체험과 만났던 사람들을 모티브로 삼았다. “베트남 참전, 세계 여행, 일상의 특별한 경험 등이 창작의 질료가 됐다”며 “나는 시인이라는 정체성이 있기에 문체에 특별히 신경을 써 시적인 문장을 쓰려고 했다”고 그는 말했다.

지금까지 63권을 낼 만큼 시집을 비롯해 산문집, 번역서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냈지만 “소설은 처음이라 특별히 애정이 간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승철 시인은 이번 책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소설은 시인이 쓰고, 그림은 부인이 그린 책은 사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문학사적으로 큰 사건’”이라고.

이야기 속 이야기를 담은 액자 소설 형식의 작품들이라 읽는 재미와 문학적 묘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장자의 나비’, ‘집착’, ‘식인종’, ‘물거미’, ‘수로부인’, ‘봄비’ 등 다양한 소재와 풍부한 이야기들은 천성이 부지런한 그의 성품을 보여준다.

소설집에는 중편도 1편 포함돼 있다. 바로 표제작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았다’가 그 작품이다.

시인은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았다’는 지난 1995년 ‘문예중앙’ 여름호에 실린 중편소설”이라며 “80년 ‘오월 광주’에서 부여받은 상처와 역사적 교훈 속에서 참다운 세상과 절대 공동체를 희원하는 다섯 인물의 역동적 삶의 의지 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매일매일 전일빌딩245 3층 도서관에 출근하는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글을 쓰고, 책을 읽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글쓰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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