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은 내 정체성의 뿌리…가족 꼭 찾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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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은 내 정체성의 뿌리…가족 꼭 찾고 싶어요”
광주·전남 출신 입양인 10명 ‘스웨덴에서 온 이야기:입양인과 광주의 만남’
1960~70년대 스웨덴으로 입양…한국에서의 기억 잊지 못해
스웨덴 양어머니 “네 고향은 광주…5·18민주화 역사도 알려줘”
“힘들고 원망도 했지만 형제·자매 찾으면 기쁘게 안아줘야죠”
2025년 10월 15일(수) 20:25
15일 광주영상복합관에서 열린 ‘스웨덴에서 온 이야기: 입양인과 광주의 만남’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웨덴 입양인들이 환하게 웃어보이고 있다.
전자영과 샤를로타폰세스, 서정숙과 카리나발스코그다린. 그들은 한국 이름과 스웨덴 이름을 갖고 있다. 수 십년간 낯선 이국 땅에서 살아온 그들의 마음 속에는 늘 ‘한국’이 있었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

1960~1970년대 광주·전남에서 스웨덴으로 건너간 입양인 10명이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광주를 찾았다. 13일 광주에 도착한 이들은 언론 등에 자신이 입양될 당시의 상황들을 제공하고 친부모에 대한 정보를 애타게 찾고 있다.

15일 광주영상복합관에서 스웨덴 입양인 광주모임과 조선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주최로 열린 ‘스웨덴에서 온 이야기: 입양인과 광주의 만남’ 행사는 입양인들의 생생한 스토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전자영(47)씨는 1983년 5살이 되던 해 처음 스웨덴 땅을 밟았다. 전씨는 3살 때 광주시 동구 계림동에서 행인에게 발견돼 전남영아일시보호소에 입소, 광주 영신원으로 옮겨진 뒤 해외 입양됐다. 그녀의 이름은 영신원에서 지어줬고 한국 나이 역시 추정일 뿐이다.

수십년이 지났지만 고아원 바닥에서 친구들과 함께 잠들었던 기억, 바닥에 줄지어 앉아 쟁반에 음식을 담아 먹었던 기억은 선명하다. 낯선 땅에서 살아가면서도 한국에서의 일들을 잊지 않으려 애쓰며 지켜낸 기억들이다. 스웨덴 양어머니는 늘 “네 고향은 광주”라고 말해줬고 광주에서 발생한 5·18의 역사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전씨는 “나이가 들면서 이제 더는 버려진 것에 대한 분노나 원망을 느끼지 않는다”며 “나를 돌보려했던 오래전 광주의 사람들에게 항상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왔고, 이 도시를 다시 찾아 기쁘고 광주를 더 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세자녀와 함께 스톡홀름 외곽 낙카지역에서 살고 있는 김미선(58)씨는 6살 때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찾은 뷔페에서 처음 한국인을 만났다. 그들이 말을 걸어왔지만 한국어를 알 수 없어 대화가 불가능했다. 처음 한국을 찾았던 날, 공항에서 내려 바라본 붉은 노을은 김씨를 울게 만들었다.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한 사람들과 함께지만 그들의 언어를 말할 수 없었고, 소속될 수 없었기 대문이다.

하지만 김씨는 “내 부모 역시 어떤 부모도 할 필요없는 가슴아픈 결정을 강요받았을 뿐, 이미 수년 전 그들을 용서했다”며 “광주에서 내 형제 자매, 친척을 찾아 기쁜 마음으로 안아주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채석진 조선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발표한 ‘한국-스웨덴 해외입양 흐름의 형성’에 따르면 스웨덴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규모의 입양국가다. 1950년대 한국전쟁에 중립국으로 참여했던 스웨덴 봉사자들이 전쟁이 끝나고 한국 고아들을 데려간 것이 비공식적인 입양의 시초로, 현재 스웨덴에는 한국인 입양인이 약 1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 마음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이도 있었다. 태어난지 3개월 만에 전남영아일시보호소에 입소한 이형자(53)씨는 한국인 남편을 만나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다. 그녀는 한국에 돌아왔지만 늘 가슴 속에 한(恨)이 맺혀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친가족이 누구인지를 알지 못하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타국에서 살아가는 일은 정말 힘든 일”이라며 “한국으로 돌아온 것은 엄청난 행복이지만 내가 빼앗긴 모든 것들을 떠올리면 가슴에 한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한편 10명의 스웨덴 입양인들은 17일까지 광주에 머물며 가족을 찾는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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