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는 어떻게 세계문화를 리드하는 반열에 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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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는 어떻게 세계문화를 리드하는 반열에 올랐을까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 장수철 지음
2025년 05월 09일(금) 00:00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학창시절에 배웠던 ‘생각을 한다’, ‘유희를 즐긴다’, ‘언어를 사용한다’, ‘노동을 한다’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 각각은 그 다름의 논리와 이유가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요인을 하나 꼽는다면 ‘문화’가 아닐까 싶다. 문화를 만들고 활용한다는 것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한다. 나아가 더 나은 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기꺼이 수고와 대가를 지불하는 것도 인간이 지닌 중요한 장점이자 덕목들이다.

역사 이래로 인간의 문화 창조력은 생존과 직결된다는 것을 문명의 흐름은 보여준다. 매머드라는 종이 멸종하게 된 데는 기후 변화 때문이었다. 물론 인간의 무분별한 사냥도 일정 부분 영향이 있었다. 오래 전 추운 기후에서 적응해 살아남은 매머드에게 위기가 닥친 것은 빙하기 이후 날씨가 따뜻해지면서였다.

장수철 식물학 박사(연세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자연은 수능 시험처럼 관문을 한 번 통과했다고 해서 종의 영속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다시 말해 동물들에게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자연의 압력을 이겨내야만 생존할 수 있으며 종의 진화도 담보된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인간은 문화로 자연 압력을 견뎌내고 그에 맞서 생존법을 강구해왔다. 동물을 사냥해 가죽을 벗겨 옷을 만들고 추위를 피하기 위해 집을 짓고 불을 피운다. ‘문화적 도구’를 활용한 덕분에 다양한 외부적 압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장수철 교수가 최근 펴낸 ‘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는 오늘의 문명을 견인한 유전자와 문화를 매개로 한 진화의 역사를 조명한다. 저자는 생물학의 폭넓은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생명과학의 세계’, ‘진화와 인문학’ 등 여러 강좌를 운영 중이며 ‘아주 특별한 생물학 수업’ 등을 펴냈다. 특히 “읽고 쓰고 강의하는 시간 외에는 주로 BTS와 비틀즈를 즐겨 듣고 식물을 관찰”할 만큼 음악에 대한 감수성도 깊다.

세계를 휩쓸고 있는 K팝 열풍은 우리 민족의 문화에 대한 우수성과 잠재력을 방증한다. 방탄소년단(BTS) ‘아이돌’ 콘셉트 사진. /연합뉴스
우리 민족은 문화하면 둘째라면 서러워할 만큼 우수성과 잠재력이 풍부하다. 오늘날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K팝 열풍은 이를 방증한다. BTS를 비롯해 블랙핑크, 아이브 등은 국내를 떠나 세계에서 인정받는 K팝 그룹이다.

이들을 보면 자부심도 자부심이지만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세계의 문화를 리드하는 반열에 올랐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K팝 외에도 K드라마, K영화 등으로 대변되는 K컬처에는 분명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요인이 있다. 저자는 특정 문화가 많은 문화권에서 선택되고 선호된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한마디로 ‘유전자 차원’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 교수는 “춤의 즐거움은 인류의 모방 본능을 빼놓고 이해하기 힘들다. 모방은 인류 보편의 특징으로 우리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고 언급한다. 가사와 잘 부합하는 ‘포인트 안무’는 모방 본능을 자극하며 아이돌의 ‘칼군무’는 함께 춤을 따라 출 수 있게 하는 흥겨움, 동질감을 선사한다.

책은 당대 문화에 대한 생물학자의 유쾌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시선을 담고 있는 한편, 진화론의 최전선에 있는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에 대한 부분도 다루고 있다.

사실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인간의 진화는 다루지 않았다. 이후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에서 인간도 자연선택이라는 진화의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라고 했다. 다만 인간에게는 이타성이 있는데 그것이 어떻게 출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답을 내놓지 않았다.

후대학자들은 진화론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닌 여전히 진화하는 이론이라는 관점을 견지한다. “유전자·문화 공진화론 역시 진화론의 저변 확장, 구체화, 정밀화 과정에서 나온 이론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이다.

이밖에 책에는 인간의 성적 진화, 가족 관계, 소통 능력과 사회성, 농업혁명, 문화적 차이와 진화 등 문화의 다양성과 연계된 다채로운 분야가 망라돼 있다.

<바틀비·2만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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