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지역 초고층 아파트 건설, 도심 활성화인가 - 노경수 광주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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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지역 초고층 아파트 건설, 도심 활성화인가 - 노경수 광주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
2025년 02월 17일(월) 00:00
지난 10년 동안 아파트 가격의 상승 바람을 타고 초고층 아파트들이 장벽처럼 위압적인 모습으로 시가지 이곳저곳에서 무질서하게 솟아올랐다. 이제는 시가지에서 무등산 보기가 쉽지 않고, 광주 도시경관은 획일적이며 단조로운 모습으로 변화되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월 광주의 아파트 입주 전망 지수는 약간 개선됐지만 여전히 전국 최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2025년 아파트 입주물량도 3만세대로 급격히 증가해서 광주의 기존 수급상황을 볼 때 공급 과잉가 우려된다. 시중에서는 “그 많은 고층 아파트에 누가 다 들어가 사나? 이제 그만 짓자”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시의회가 지난 12일 본회의에서 ‘중심 상업지역 내 주거용 시설 용적률 상향을 담은 조례안’을 원안 의결했다는 소식이다.

조례안은 중심상업지역 내 주상복합건물의 주거용 시설에 적용하는 용적률 규제를 현행 400% 이하에서 540% 이하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제안 사유로는 도심 공동화, 상가 장기 미분양, 상가 공실 등 해소를 들고 있다.

상가 공실이 늘어나는 원인으로는 광주시의 인구 감소 추세,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상거래(배달)가 확대되는 소매 유통 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최근 고금리 여파로 인한 시민들의 소비 심리 위축 등을 들 수 있다. 중심상업지역에 아파트를 더 짓게 하는 정책이 도심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기보다는 초고층화로 인한 도시경관 훼손과 주택시장 침체를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 개정이 특정부지에 아파트를 건설하는 공급자에게 과도한 특혜를 준다는 시각도 있다. 예를 들면 1000평의 부지에 용적률이 400%에서 540%로 상향되면 아파트 건축 연면적이 1400평 늘어난다. 분양가를 평당 2000만원으로 가정하면 공사비는 280억원이 늘어나고 수익률을 10%로 잡으면 순이익이 28억원이 증가한다. 부지가 3000평이면 순이익 84억원, 5000평이면 140억원이 추가로 발생한다.

또한 용적률 140% 증가는 아파트 단지가 건폐율 20% 이하일 경우 건물 높이가 무려 7층 정도 더 높아진다. 따라서 그 개발이익을 공공이 환수한다 하더라도 도시경관의 훼손, 기반시설 부족 등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고 결정해야 할 일이다.

지금까지 도시계획 관련 규제를 완화할 경우 다른 광역시의 사례와 비교하는 경우가 많았다. 상업지역에 주거용도와 비주거용도가 복합된 건축물의 용적률을 규제하는 방식이 광역시간 상이하지만 동일한 조건으로 조정해서 비교한 결과이다. 대전(720%)이 가장 높고, 부산·울산(594%), 대구(450%), 인천(440%), 광주(400%) 순으로 수치상으로는 광주의 규제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산, 인천, 대전에서 주거용 용적률이 높은 이유는 낮은 주택보급률 때문인 것 같다. 2023년 기준 대전의 주택보급률은 96.4%, 인천 99.1%, 부산 102.9%로 주택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광주는 105.5%이고 최근 상승 추세다. 또 향후 5년까지 대기하고 있는 공급 물량이 많아서 공급 조정국면으로 여겨진다.

광주시의회는 이 문제에 대한 집중적 검토를 위해 광주연구원에 올해 연구 과제로 제안했다고 한다. 아직 연구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조례 개정부터 서두른 이유가 궁금하다. 2024년 말 광주시는 도시계획조례의 이 조항에 대해 한 차례 완화 개정했다. 내용은 비주거용도의 최소 비율이 전체 연면적의 15%이었으나 이를 10%로 낮춰서 상가 공급을 줄였다. 개정이 있자마자 바로 옛 전방·일신방직 공장터 내 주상복합건물의 상업면적 축소가 도시계획으로 변경 결정되었다. 광주시가 완화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소위 잉크도 마르지 않은 시점에서 이번에는 시의회가 또 완화 개정을 의결하였다.

도시 전체에 대해 용적률 등 규제를 완화하면 ‘나홀로’, ‘철벽’, ‘위압적’ 아파트 등 예측하지 못한 무질서한 개발이 발생해도 대처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도시공간에 급격한 변화를 줄 수 있는 규제 완화는 신중을 기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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