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한강은 ‘동화적 몽상가’…혼자만의 생각 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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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한강은 ‘동화적 몽상가’…혼자만의 생각 즐겨”
부친 한승원 작가가 들려주는 한강
한강 작가를 만든건 ‘8할이 몽상’
섬세한 문체로 시적·서정적 울림
2024년 10월 14일(월) 21:05
14일 광주 북구 중흥도서관 로비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을 축하하는 코너가 마련됐다. 도서관을 방문한 중흥하나어린이집 아이들이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흰’ 등 대표도서를 둘러보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한국인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문학적 소질과 상상력이 남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될 성 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을 방증하는 것으로 장차 문학의 거목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질과 성향을 갖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이후 12일 부친인 한승원 소설가와의 통화에서 유년의 한강 작가의 모습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한승원 소설가에 따르면 한강 작가는 한마디로 ‘동화적 몽상가’였다.

한승원 소설가는 “그 아이는 늘 혼자 생각하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 어릴 적 안 보여서 찾으면 다른 아이들과 달리 강이는 자기 방에 누워 있곤 했다”며 “내가 ‘거기서 뭐하니?’라고 물어보면 ‘공상을 해요’라는 답이 돌아오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승원 소설가는 “돌이켜보니 강이의 눈빛은 뭔가를 꿈꾸는 모습이었다”며 “혼자만의 동화적인 몽상을 즐기던 시간이 결국 오늘의 작가로 키운 것이 아니었나 싶다”고 덧붙였다.

한승원 작가의 말을 짐작해보면 어쩌면 한강 작가를 만든 것은 ‘8할이 공상’이었을 듯하다. 모든 예술가에게 어린 시절, 즉 유년의 상상과 공상은 중요한 원초적인 자산이다. 무궁무진한 상상의 발원지이자 마르지 않는 ‘창작의 샘’이기 때문이다.

한 작가는 딸의 작품은 제3세대인 자신들의 소설과는 전혀 다른 빛깔과 아우라를 발한다고 했다. “시적이고 서정적이며 신화적인 특질이 있는데” 섬세한 문체와 결합돼 울림을 주는 것 같다는 얘기다.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난 한강은 효동초등학교를 다니다 1980년 1월 서울로 전학을 간다. 그 즈음 한승원 소설가는 동신중학교 국어교사를 그만두고 전업 작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서울로 올라가 문학의 꿈을 펼쳐보고 싶었던 것이다. 식솔들을 데리고 상경한 작가가 가장으로서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이 어떠했을지 미루어 짐작된다.

오늘날 한강의 작가로서의 대성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예나 지금이나 작가들의 방은 다양한 책들로 들어차 있기 일쑤다. 어떤 작가의 방은 층층이 쌓인 책들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이기도 한다. 한강은 소설, 시 등 다양한 책들로 채워진 아버지의 집필실을 보며 작가로서 꿈을 키웠을 것이다.

한승원 소설가는 “본질적으로 모든 예술가, 특히 작가는 혼자만의 세계를 묵묵히 걸어가야 하는 직업이다”며 “강이는 밤이면 새벽까지 타자기 앞에 앉아 밤새 소설을 쓰는 나를 보면서 자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모습을 통해 작가가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작업을 해야 하는지를 몸소 체득한 것 같다”며 “혹여 아버지가 작가로서 존경받지 못한 존재였다면 딸이 문학의 길로 들어섰을까 싶다”고 했다.

한편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맞물려 아버지 한승원 소설가의 작품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한승원 작가는 그동안 ‘아제아제 바라아제’, ‘추사’, ‘물에 잠긴 아버지’, ‘동학제’, ‘초의’, ‘원효’, ‘다산’ 등 다수의 작품을 썼다. 한국소설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한국불교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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