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과 30년 동고동락…곤충학자가 전하는 그들의 생존과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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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과 30년 동고동락…곤충학자가 전하는 그들의 생존과 지혜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곤충은 남의 밥상을 넘보지 않는다, 정부희 지음
2024년 08월 02일(금) 00:00
이맘때 한적한 시골길을 걷다 보면 매미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가로수 사이로 울려 퍼지는 매미 울음소리는 성하의 계절이 주는 낭만이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무성한 나무에서 들려오는 매미소리는 새삼 곤충의 존재를 생각하게 한다.

사람들은 흔히 큰 잘못을 저지르거나 몰염치한 이들을 가리켜 ‘벌레 같은 인간’이라고 한다. 이 같은 표현에는 곤충은 하찮은 미물이라는 전제가 내재돼 있다. 과연 그럴까?

곤충학자인 정부희 우리곤충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곤충 개개의 능력은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나은 경우도 많다. 생존하기 위해 먹고, 천적에 대비하기 위해 방어를 하고, 짝짓기를 위해 선물을 주거나 노래를 하는 구애 행동을 한다.

곤충의 양태는 사람과 유사한 면이 적지 않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곤충의 행동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짝짓기에 몰입한다는 점이다. 이 두 목표 외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다.

정부희 곤충학자가 펴낸 ‘곤충은 남의 밥상을 넘보지 않는다’는 흥미롭다. ‘손톱만 한 작은 짐승과 30년간 한솥밥 먹은 곤충학자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저자는 30년 이라는 긴 시간을 곤충과 동고동락했다. 그동안 저자는 환경 단체를 비롯해 방송에서 곤충 생태에 대해 알려주며 ‘곤충 사랑 풀뿌리 운동’에 진력해왔다.

이번 책에는 곤충의 다채로운 습성, 인간의 영원한 이웃일 수밖에 없는 곤충의 모습들이 담겨 있다. 지구 환경이 바뀌어도 마지막까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은 곤충은 인간이 생존하는 데 중요한 존재다.

식물의 85%를 동물이 중매를 서는데 이것의 대부분이 곤충에 의해서다. 동물의 사체 또는 폐기물을 분해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곤충의 역할이다.

곤충들 가운데는 서로 선물을 주고받기도 한다. 어떤 곤충은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상대에게 먼저 베푸는 행위를 한다. 전갈파리인 ‘밑들이’는 수컷이 암컷에게 구애를 하기 위해 먹잇감을 준비한다. ‘밑들이’는 수컷의 배 끝마디가 위로 치켜들려 있는 모습에서 그 명칭이 유래했다. 이와 달리 암컷 배 꽁무니는 송곳처럼 뾰족하다.

수컷 수명은 고작해야 열흘 남짓인데 이 기간 단 하나의 임무는 짝짓기이다. 수컷이 곤충을 사냥하면 암컷은 그것을 내놓으라고 한다. 물론 짝짓기를 무기로 압박을 하는 것이다. 수컷은 구애를 하기 위해 선물을 준비하는데 일단 크기가 커야 한다. 수컷이 페로몬을 내뿜으면 암컷은 수컷이 마련한 선물을 심사하는 절차를 거친다. 선물이 맘에 들면 암컷이 주둥이를 찔러 식사를 하고 수컷은 그 순간 짝짓기에 돌입한다.

곤충들의 사랑이 에로스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가페적인 것도 있는데 숭고한 모성애의 사례로 ‘에사키뿔노린재’를 들 수 있다. 처음 발견한 일본 학자의 이름을 따 일본 느낌의 이름을 지녔지만 우리나라에도 흔한 곤충이다. 등짝의 노란색 하트 무늬는 누구나 한번쯤 봤음직한 색상과 모형을 지녔다. 일반적으로 곤충 어미는 알을 낳고 죽지만 이 곤충은 새끼가 성장할 때까지 지극정성으로 양육을 한다.

어미는 10일 이상 굶어 죽기 일보 직전이지만 새끼를 품에 안고 지킨다. 천적이 다가오면 비상 신호를 보내 숨게 하고 천적이 사라지면 페로몬을 방출해 새끼들을 다시 품는다. 새끼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암컷은 “호롱불이 서서히 꺼지듯” 죽음을 맞이한다.

책의 제목 ‘남의 밥상을 넘보지 않는다’라는 말은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지 갈잎을 먹으면 죽는다”는 속담과 연계된다. 곤충은 절대로 남의 밥상을 넘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저자는 한 곤충이 여러 종류의 밥을 먹을 능력이 없다고 설명한다. 오랜 진화 과정 속에서 편식에 익숙해졌는데 노랑나비 애벌레는 토끼풀같은 콩과 식물 잎만 먹는다는 것이다.

“현명하게도 곤충은 자신들만의 영역을 정해놓고 각각의 입맛에 맞게 식사함으로써 식물도 살리고 자신들의 식량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곤충의 지혜가 위대할 뿐입니다.”

이밖에 책에서는 저마다 삶의 방식을 지닌 곤충의 이야기, 치열한 생존의 현장 등 곤충들의 스토리를 만날 수 있다. 저자가 직접 찍은 생생한 사진을 보는 재미는 덤이다. <김영사·1만7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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