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 나와 나의 필연적 매개자- 심옥숙 인문지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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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 나와 나의 필연적 매개자- 심옥숙 인문지행 대표
2024년 07월 08일(월) 00:00
개인의 일상이든 공적 사회 속이든 어디서나 우리 곁에는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있다. 이 누군가가 바로 타인이다. 타인의 의미는 ‘나’를 중심으로 보는 표현이고, 의미의 이해는 나로부터 시작되는 단어다. 타인은 ‘나’가 아닌 모든 다른 사람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언제나 타인에 둘러싸여서 타인과 함께 살아간다. 사람에게 타인 없는 삶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타인의 의미는 우리 자신에게도 적용되어서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의 ‘타인’이다. 즉, 우리는 자기 자신이자 동시에 누군가의 타인이다. 그래서 결코 아무도 다른 누군가와 하나로서 합일과 일체가 될 수 없지만 그럼에도 함께 살 수밖에 없도록 조건 지어졌다.

사실 타인과의 문제는 타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타인의 시선에 있다. 우리가 누군가를 불편하게 여기거나 또는 서로 잘 통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타인의 시선 때문이다. 시선이란 세상을 보고,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이자 태도이다. 그래서 우리 자신 각자가 곧 하나의 시선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시선을 통해서 세상을 보고 판단하며 의미를 찾는 것처럼 누구나 그렇다. 이는 우리가 타인의 시선에 의해서 보여지고 관찰되며 평가받는 존재라는 뜻이다. 그래서 타인의 시선을 통해서 보여지는 ‘나의 모습’은 더 이상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나’가 아니다. 타인의 시선은 우리를 객체로 만들며 규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타인의 시선에 노출되면 사람은 자신의 모습을 연기하고 마음에 들만한 행동을 하는데 이를 사르트르는 ‘유망한 개’라고 말한다.

시선 투쟁에서 타인과 나는 대립 형태를 취한다. 타인과 ‘시선’을 주고 받는 것을 통해서 시선 투쟁을 하고 서로 주체가 되려고 하기 때문이다. 결국 어느 한쪽은 ‘시선’의 대상으로 객체화되며 사물처럼 취급된다. 다른 시선을 가진 두 존재가 대등하게 자유롭게 주체적으로 공존할 수는 없다. 그러나 타인의 시선이 오로지 ‘지옥’만은 아니다. 이 의미만으로는 타인의 시선에 대해서 충분하게 설명할 수 없다. 다른 사람에 의해서 객체화된다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존재하고 인식되는가를 보여준다. 타인의 시선을 통해 나의 자유로움과 정체성에 미치는 타인의 영향을 알고, 문제에 대한 대처를 고민하고 극복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타인의 시선을 통해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며 나를 주체로만 보는 것을 극복하는 계기와 힘이 된다. 타인의 시선을 통해서 스스로 자신을 객체로서도 보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존재인가를 깨달아 가는 자아 인식 과정에서 타인과 그 시선은 절대조건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 자신을 동시에 주체이자 객체로 인식하는 기회를 얻는다. 타인은 나 자신은 아니지만 나에게서 떨어져서 무관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 타인은 나처럼 자유로운 주체이며 자신의 ‘시선’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타인의 시선을 통해서 자신의 저속한 욕망과 부족함과 염치없음을 아는 것이 곧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깨닫는 길이다. 이런 의미에서 타인은 나와 나 자신을 연결하는 불편하나 필연적인 매개자다. ‘나’를 나의 밖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의미다. 자신의 시선 독점을 위해서 타인의 시선을 무조건 외면하거나 매도하는 것은 힘만 믿는 무지이며 파괴적이며 희망 없는 ‘유아론’이다.

또 다른 문제는 흔히 자발적 복종을 자유를 선택하는 것으로 왜곡하는 것이다. 다양한 권력에 의한 ‘시선의 독점’에 질문을 던지지 않는 태도다. 이로써 시선의 독점을 강화하며 다른 시선을 억압하고 왜곡하는 일에 한 발을 담근다. 독점의 시선이 두려워하는 것이 다른 시선이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얻는 비루하나 달콤한 자유를 위해서 ‘충직한 개’로서의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항상 선택의 자유가 있다. 독단적인 타인의 시선과 힘에 동화되거나, 초월하거나 하는 선택의 자유다. 이 자유는 우리가 대자이자 즉자로서 살며, 나와 타인이 연결되는 삶을 위한 자유의 선택이자 시선의 독점을 초월하는 자유다. 이 선택의 자유는 언제나 우리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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