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십육일’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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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십육일’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4년 04월 17일(수) 00:00
시인의 엄마는 시장에서 반찬가게를 한다. 명절을 앞두고 동생과 엄마 일을 돕던 시인은 옆집 빵가게 영수 엄마가 새빨개진 얼굴로 울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처음에 우는 이유를 몰랐던 그는 종일 자신과 동생이 엄마가게에서 일을 돕고 있는 모습을 영수 엄마가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제서야 세상을 떠난 영수를 떠올린 그는 “너희 엄마가 너를 정말 보고 싶어하셔. 온 힘을 다해 꿈에서라도 찾아뵙도록 해”라고 오래도록 기도한다.

이후 시인은 스물 세살이 된 영수 친구들이 ‘어머니’하고 외치며 빵집에 찾아와 영수 엄마를 꼭 끌어안는 모습을 본다. 영수가 너무 보고 싶을 때는 노래방으로 가서 눈치 안 보고 펑펑 울고 온다는 영수 부모는 이날, 환하게 웃는다. 고명재 시인의 글 ‘서슴지 말고 기억해요’는 “계속 우리가 같이 기억하자고, 그래야 시간과 사건은 의미를 갖는다”고 말한다.

고 시인의 글은 4.16재단이 2020년 6월 16일부터 매월 16일 홈페이지에 연재하는 ‘월간 십육일’ 코너에 실렸다.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이어지는 ‘월간 십육일’은 다양한 작가들의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글을 통해 함께 공감하고 계속 이야기해 나가기 위해 기획됐다.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홈페이지에 실린 글들을 묶은 ‘월간 십육일-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 에세이’(사계절)가 나왔다. 임진아 작가의 따뜻한 그림이 담긴 표지를 열면 김겨울, 나희덕, 김애란, 정보라, 정세랑, 천선란, 은유 등 50명의 작가가 기억하는 세월호 이야기를 만난다.

“서로의 기억하는 방식과 이야기를 차곡차곡 모아 기억관을 만들고 그곳에 오래오래 기억을 남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쓴 음악가 이랑의 말처럼 10년 전 ‘그 때’를 몸과 마음으로 겪었던 우리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그 날’을 잊지 않고 기억하면 좋겠다.

“그 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나 그곳에 잠들지 않았다오/ 그 곳에서 슬퍼 마오/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든 게 아니라오”라며 노래하는 ‘내 영혼 바람되어’의 가사처럼 세상에 있는 자, 없는 자 서로를 위로하고 기억하며 함께 살아가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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