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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바로 알기] 렘수면행동장애 - 김후원 조선대병원 신경과 교수
꿈 속 행동을 현실로…‘렘수면행동장애’ 치매로 발전할 수도
잠꼬대나 소리 지르는 행동장애
만성적 수면 불균형 상태서 증상
‘수면다원검사’ 통해 진단 가능
약물로 증상 약화…인지검사 필요
2024년 04월 07일(일) 19:25
김후원 조선대병원 신경과 교수가 수면장애를 겪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 2주 전, 65세 여자 환자가 배우자와 함께 진료실을 찾아왔다. 배우자는 “아내가 자다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듯이 똑똑한 소리로 대화하고 방바닥을 쿵 내리치거나 옆에서 자는 나를 손으로 쳐서 깜짝 놀랐다”며 “아내를 깨웠지만 한참 지나고서야 ‘꿈을 꿨다’고 말하더라”며 입을 열었다.

자면서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자다가 일어나 돌아다니는 ‘몽유병’을 묘사한 장면이 자주 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수면의 질이 좋지 않으면 신경과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수면은 일생의 1/3을 차지할 정도로 건강한 삶을 위해 중요한 만큼, 조선대병원 수면센터 교수진으로부터 렘수면행동장애 증상과 진단 및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렘수면의 정의와 역할=렘(REM)수면은 ‘Rapid Eye Movement’의 약자다. 뇌파로 보면 뇌 피질의 활성도가 떨어져 휴식하는 시기와 뇌 피질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가 반복되는데, 뇌 피질이 활발히 활동하는 시기가 꿈을 꾸는 시기이며 이때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인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렘수면이란 낮에 깨어서 활동하며 습득한 데이터를 정리하는 단계라고 학자들은 설명한다. 오래 기억해야 할 내용은 정리해서 저장하고 필요 없는 내용은 버린다. 습득한 동작, 예를 들면 자전거 타기나 요리 기술 등을 정교화한다. 또 그날 마음속에 계속 남아 있던 일에서 느낀 불안, 분노, 걱정 등의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렘수면행동장애 증상과 원인=수면의 역할은 뇌 피질의 활동이 떨어지는 시기에 뇌세포가 휴식을 취하면서 낮에 활동 중 쌓인 노폐물을 배출하고, 뇌세포에 필요한 세포 내 단백질을 비축하는 것이다. 뇌가 노화하면서 수면 기능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뇌가 충분히 휴식하지 않으면 각성 중 뇌 활력이 떨어져 집중이 안되고 피로감이 생기며 건망증을 자주 겪게 된다.

수면시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에는 ‘렘수면행동장애’라고 진단한다. 원래 렘수면 상태에서는 뇌가 활동 중이라 몸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뇌에서 팔과 다리로 가는 운동 신경을 차단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다. 수면시 몸이 나른해지고 힘이 없어지는 현상은 운동 신경으로 가는 신경이 차단되기 때문에 나타난다.

수면검사에서 근육의 긴장도를 확인하는 ‘근전도 검사’를 하는데 잠이 깊이 들수록 온 몸의 근육 긴장도가 현저히 감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근육 긴장도가 떨어지지 않으면 꿈속에서 일어나는 행동이 그대로 외부로 나타나게 된다. 뇌의 노화현상이 운동 신경 차단막을 약하게 만들어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렘수면의 문제는 꿈과 현실이 분리되지 않아 꿈속 행동이 외부로 나타나는데 있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이런 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한다면 대표적 대뇌 노화질환인 알츠하이머 치매나 파킨슨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수면시 과격하고 난폭한 행동 등 심한 행동장애를 보일 때 의학적으로 렘수면행동장애라고 규정한다. 잠꼬대나 소리를 지르거나 약한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에는 의심증상으로 판단한다. 이런 현상이 모두 치매나 파킨슨 같은 퇴행성 뇌질환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수면 부족이 심하거나 수면무호흡증으로 만성적인 수면 불균형 상태에 있거나 기면증 같은 특이 수면장애에서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렘수면행동장애 진단과 치료법=그러면 이런 증상을 어떻게 진단할까? 바로 수면다원검사를 하면 알 수 있다. 수면다원검사는 뇌파를 통해 수면의 단계를 확인하고 야간 적외선 카메라 촬영으로 수면 중 나타나는 행동을 기록할 수 있다. 만약 검사를 하는 날 증상이 안 나타난다면 어떨까? 이런 경우는 렘수면에서 나타나는 근 긴장도의 변화를 확인한다. 렘수면행동장애는 이상행동을 보이지 않더라도 근 긴장도가 뚜렷하게 증가한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환자는 수면검사에서 렘수면행동장애를 진단받았고 약물 투여로 증상이 상당히 감소했다. 뇌 MRI 결과 다행히 퇴행성 변화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렘수면행동장애를 진단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증상이 심할 경우, 렘수면 양을 줄이는 약을 사용하면 대부분 증상을 약화할 수 있다. 그 이후에 대뇌의 퇴행성 뇌 변화가 있는지 뇌 MRI나 인지검사, 파킨슨 전문가의 진료 등을 통해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치매나 파킨슨을 막을 수 있는 치료법은 아직 없으므로 초기에 위험성을 평가해 약이나 운동, 인지행동 치료 등을 통해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만이 최고의 방법이다.

/이유빈 기자 lyb54@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