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단체-특전사 ‘졸속 화해’ 1년…분열·상처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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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단체-특전사 ‘졸속 화해’ 1년…분열·상처 ‘진행형’
공로자회·부상자회, 지역사회 반발 무시하고 ‘대국민 선언’ 강행
5·18 단체 내홍 고소·고발전 치닫고 시민사회 분열 후유증 지속
2024년 02월 18일(일) 20:25
5·18단체가 특전사단체와 용서·화해를 한다며 추진한 ‘2·19 대국민 공동선언식’(이하 선언식)이 1년이 지났지만 후유증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충분한 논의 없이 단체 일부 집행부의 결정으로 이뤄진 선언식 때문에 단체의 내홍이 발생해 각종 고소·고발전 까지 이어지고 있고, 오월단체와 시민단체 등 지역사회간의 갈등도 봉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지법 민사21부(부장판사 조영범)는 지난 16일 정성국 전 공법단체 5·18공로자회장이 공로자회를 상대로 제기한 이사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정 전 회장은 지난달 공로자회 이사회가 임시 중앙총회를 열고 정 전 회장을 해임하기로 한 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12월 5·18부상자회 전 회장인 황일봉 회장이 부상자회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및 이사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결정이 된 것과 맥락이 같다.

양 단체 이사회는 황 전 회장과 정 전 회장이 회원들의 뜻을 무시하고 특전사 단체와 화해 행사를 강행하고 정율성 역사공원 설립 반대 신문광고를 내고 규탄 집회에 참석해 회원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어 징계를 한 것이다.

두 단체의 전 회장은 당초 특전사 단체와 화합해 5·18 진실규명에 힘을 합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으나, 뚜렷한 성과도 없이 지역사회 반발을 무시한 채 졸속으로 행사를 강행하고 오월단체와 반목을 일삼다가 광주가 분열되는 결과만 낳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언식 전후로 특전사 단체가 사과와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컸다.

특전사동지회는 오히려 선언식 당일 ‘5·18 무장폭동설’에 기반한 발언을 해 논란을 자처했다. 최익봉 특전사동지회 총재가 “5·18 당시 군 선배들은 상관의 명에 의해 광주 현장에 파견돼 질서유지의 임무를 맡았다. 헌신과 노고, 희생에 대해서 진심어린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발언한 것이다.

이후 선언식을 추진한 세 단체가 함께 꾸린 자체조사위원회는 5·18 당시 투입됐던 계엄군 두 명을 초청해 이미 공개된 증언만 되풀이하다 별다른 성과 없이 해산됐다.

공법단체와 시민단체 간 갈등도 깊어졌다. 선언식 이후 200여개의 광주·전남 지역시민단체는 ‘오월정신 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오월대책위)를 꾸리고 공법단체에 사죄와 공동선언문 폐기를 요구했고, 두 공법단체는 오월대책위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며 맞섰다.

두 공법단체는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와도 대립각을 세우다 공식 5·18 전야제 행사에서 제명되기도 했다.

공동선언을 추진했던 두 공법단체 전 회장이 모두 1년도 안 돼 공동선언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발표해 진정성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황 회장은 지난 1일 부상자회 회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시민사회단체와 회원들과 충분한 논의 없이 진행된 2·19 특전사 화해선언에 대해 죄송하다’는 글을 올렸다. 정 회장 또한 지난해 11월 공로자회 단체 채팅방에서 ‘공동선언이 5·18 학살 세력을 포용한다는 의미로 왜곡됐으므로, 다수 회원 반대에 따라 공동선언 폐기를 논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역사회에서는 파행으로 끝난 선언식을 반면교사 삼아 재발방지책과 성숙한 시민 논의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대수 오월대책위 대변인은 “공법단체는 하루빨리 2·19선언문을 폐기하고, 역사를 왜곡하려는 이들을 퇴출하는 등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5·18은 유공자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닌 광주 시민 모두의 것이다. 공법단체뿐 아니라 시민사회, 5·18기념재단, 5·18연구소 등 객관적으로 오월의 미래를 논의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섣부른 화해 행사로 자칫 5·18 가해자인 특전사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진상규명 기회를 걷어찰 뻔했다”며 “두 공법단체장이 선의로 시작한 일이라고 해도 결국 5·18 관계자들과 광주 시민에게 새 상처만 늘린 꼴이다. 처절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각종 물타기와 왜곡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고, 물리적 충돌 아닌 대의명분 차원에서 성숙한 시민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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