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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시대의 거울 ‘명절 선물’
치솟는 물가에 과일 세트 인기 시들…“선택 기다릴 수 밖에”
2024년 02월 04일(일) 18:45
/클립아트코리아
며칠 전 친구들과 모임에서 명절 선물 이야기가 나왔다. 설 명절에 선물로 받은 김 한 톳을 온 식구가 겨우내 먹었던 기억이며, 삼촌의 손에 들렸던 과자 종합선물세트에 가슴 설레였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웃음꽃을 피웠다. 선물의 종류도 다양해졌다고 했다. 달걀에서 밀가루, 한우, 과일 세트, 상품권까지 시대별로 인기를 끌었던 품목을 언급하며 추억을 떠올렸다.

명절 선물의 변천사를 보면 궁핍했던 1960년대 전후엔 설탕이나 조미료, 비누 같은 생필품을 나누는 것에 그쳤다. 달걀 몇 알이나 돼지고기 한두 근 아니면 직접 수확한 농작물을 주고받았다.

명절 선물의 개념은 1960년대 중반에 들어서고 나서야 등장한 듯싶다. 밀가루가 인기를 끌었다. 산업화가 활발히 진행됐던 1970년대부터는 선물세트 형태의 미용비누나 치약 같은 공산품이 등장했다.

이후 1980년대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다양한 선물세트가 선을 보였다. 햄이나 커피, 참치, 참기름 세트 따위의 식료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1990년대 이후부터는 영양제, 옥매트, 꿀, 마사지기 같은 건강이나 효(孝)를 강조한 제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인식의 변화에 따라 백화점이나 마트 상품권으로 선물을 하는 경우도 잦아졌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고급 과일이나 한우, 와인 같은 고가의 선물세트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2010년을 지나면서는 자유무역협정(FTA)에 힘입어 수입 해산물도 등장했다. 활 대게나 킹크랩, 전복까지 매대에 올랐고 훈제연어 등 별미 식재료도 선물로 주목을 받았다. 또 2020년 이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사회 현상을 반영하듯 시니어들을 위한 성인용 보행기와 전자혈압계 등이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지역을 살리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정부 시책에 따라 지역특산품이 선물로 활용되고 있다. 침체일로에 있는 농촌을 살리고 관과 기업, 농민이 상생한다는 의미에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이 나서 농산물을 비롯한 지역특산품을 선정해 명절 선물로 주고,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품목을 정해 관계 회사와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등 내수진작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한우, 김, 과일 등 전통적인 특산품부터 전통주, 김치, 한과 등 지역 농·축·수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과 방짜유기 등 공예품까지 다양한 제품이 포함됐다.

지자체들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지난해부터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지역특산물을 주는가 하면 자체 쇼핑몰을 운영하며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설을 앞두고 농산물물가가 급등해 소비자는 물론 농가도 울상을 짓고 있다. 사과와 배 등 과일 세트는 물론 겨울철 간식인 귤마저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달 농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과 비교해 15.4% 오르는 등 12월(15.7%)에 이어 두 달 연속 15%대 상승 폭을 이어갔다.

치솟는 물가에 사과나 배 등 과일 선물세트가 명절 선물 인기 품목에서 제외될 수도 있는 상황이 왔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과일 등 농산물의 인기는 소비자의 선처를 기대할 수밖에.

/big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