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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긴 여정 끝자락서 남해의 긴 여정 시작되다
광양의 유일한 섬 ‘배알도’
태인도 북쪽 섬진강 하구에 자리
태인대교 지나면 ‘수변공원’ 인기
‘해맞이다리’ ‘별헤는다리’ 건너면
‘망덕포구’에 이르러
윤동주 문학·우정 ‘정병욱 가옥’
강·바다 만나는 망덕포구 별미 가득
2024년 01월 31일(수) 19:20
광양 태인도의 가장 북쪽이자 섬진강 하구에 자리 잡은 배알도는 광양에서 가장 빨리 일몰을 볼 수 있는 아담한 섬이다. <광양시 제공>
‘5만6040명.’

지난 한 해 광양의 유일한 섬 ‘배알도’를 거쳐 간 방문객 수다. 이들은 배알도와 마주 보는 망덕포구를 거닐며 한 번쯤은 민족시인 윤동주의 시 한 구절씩을 읽어보고 읊었을 것이다.

0.9㏊의 아담한 규모인 배알도는 윤동주의 시 정신이 별빛처럼 흐르는 바위섬이다. 배알도 주변에는 1605개 조명이 별처럼 빛나고 윤동주의 시구가 곳곳에 새겨졌다.

‘태인동 1번지’ 배알도는 태인도의 가장 북쪽이자 섬진강 하구에 자리 잡았다. 원래 뱀섬으로 불려왔지만 외망마을에 있는 망덕산에 절(배알)하는 것처럼 보여 배알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배알도는 ‘시작’과 ‘끝’의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이 섬은 550리(216㎞)를 달려온 섬진강이 남해가 만나는 곳에 마침표를 찍듯 오뚝 떠 있다. 배알도에서 망덕포구로 향하는 다리에서 보면 오른쪽은 섬진강이 긴 여정을 마치는 곳이고, 왼쪽 어딘가는 바다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배알도와 망덕포구를 잇는 ‘해맞이다리’와 ‘별헤는다리’는 매일 해가 진 뒤 밤 11시까지 1605개의 조명을 별처럼 밝힌다.
◇반짝이는 다리, 밤 명소로 거듭나다

고속도로를 타고 광양에 진입하면 머지않아 태인대교를 지나 배알도 수변공원에 다다른다.

이곳에는 해수욕장과 154㎞에 달하는 섬진강 자전거길의 시작점, 자동차 야영장이 있어 여행객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배알도 수변공원에서 ‘해맞이다리’를 따라 배알도에 닿고 ‘별헤는다리’를 건너 푸른 바다를 가로지르면 ‘망덕포구’에 이른다.

지난 2021년 설치한 해맞이다리(길이 295m·폭 3m)와 별헤는다리(길이 275m·폭 3m)는 배알도를 상징하는 명소로 떠올랐다.

왕복하면 다리가 아프지 않을 만큼 적당한 거리와 경사 덕분에 주민들의 운동 구간으로도 인기다. 해 지고 난 뒤 밤 11시까지 매일 1605개의 다리 조명이 배알도를 물들인다. 광양제철소를 배경으로 고기잡이 배가 통통 떠다니는 고즈넉한 일몰 풍경도 만끽할 수 있다.

배알도는 광양에서 가장 빨리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너른 잔디밭을 지나 나무 계단을 잠깐 오르면 ‘해운정’에 이른다. 높이 25m에 있는 해운정에서는 뜨고 지는 해를 사방으로 품을 수 있다. 1959년 태풍 사라호로 백범 김구의 친필 휘호 현판을 잃었지만, 이곳에 대한 광양시민의 사랑은 이어지고 있다.

배알도를 지나 부드럽게 굽은 해상보도교 ‘별헤는다리’를 걷다 보면 망덕포구의 정겨운 풍경이 펼쳐진다.

망덕포구는 전라좌수영 주둔지이자 배를 만들었던 선소가 있었던 역사 공간이다. 망덕(望德)은 광양만을 한눈에 파수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망을 보기에 알맞은 마을이란 의미로 ‘망뎅이’라 칭했고 한자음을 빌려 ‘망덕’이라 했다고 전해진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의 친필 유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지켜낸 정병욱 가옥, 윤동주 시 정원 등이 있는 문학 공간이다.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실린 ‘별 헤는 밤’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별헤는다리’가 조명을 밝혀 은은하게 섬진강을 물들이고 있다.
◇윤동주 정신 서린 정병욱 가옥·망덕포구

다리에서 10분 남짓 걷다보면 국가등록문화재 341호 정병욱 가옥에 다다른다. 윤동주와 정병욱의 100년 우정은 ‘별보다 빛나는 이야기를 품은’ 별빛나길에서 빛을 발한다.

갑판 길로 마련된 ‘별빛나길’에서는 윤동주의 주옥같은 시를 인용해 만든 조형물들과 백영 정병욱의 회고가 담긴 샛노란 의자가 놓여있다.

매달 하루는 백영 후손이 들려주는 윤동주-정병욱의 문학과 우정 이야기를 ‘일일 해설’로 만날 수 있다. 오는 24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매시간 정시에 정병욱 가옥에서 해설이 진행된다.

가옥 인근 ‘윤동주 시 정원’에는 서시, 별헤는 밤 등 유고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된 31편 전편이 시비로 세워져 있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망덕포구는 전어와 재첩, 벚굴 등 별미가 가득하다. 해마다 8월에는 망덕포구 무접섬광장 일원에서 ‘광양전어축제’가 열린다. 망덕포구 가을 전어는 빠른 물살 때문에 운동량이 활발해 탄탄한 육질과 풍미를 자랑한다. 구수한 된장을 살짝 찍어 한입 가득 싸 먹는 전어회와 새콤달콤 무쳐낸 전어회 무침, 왕소금을 뿌려 노릇노릇 구워낸 전어구이 등을 맛볼 수 있다. 지난해 축제에는 5만명이 몰려 역대 최대 관람객을 기록했다. 전남도 남도음식거리로 선정된 망덕포구 횟집거리에서는 제철 수산물로 만든 남도음식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일제강점기 출간이 좌절된 윤동주의 친필 유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지켜내 빛을 보게 한 정병욱 가옥.
◇시티투어 버스 타고·메타버스 체험하고

배알도와 정병욱 가옥 외에도 광양의 명소들을 떠벅떠벅 걸어보고 싶다면 ‘광양시티투어’(gwangyang.go.kr/tour)만한 여행이 없다. 배알도의 야경을 감상하고 싶으면 순천역에서 오후 4시 광양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이순신대교→배알도·정병욱 가옥→구봉산 전망대 등을 둘러보는 ‘야경’ 구간을 선택하면 된다.

오전 9시 광주종합버스터미널을 출발해 백운산자연휴양림→불고기 특화거리→광양 오일장→배알도·정병욱 가옥→구봉산 전망대를 지나 광주로 다시 돌아오는 ‘광역’ 구간도 있다.

광양시가 지난해 선보인 가상공간 ‘메타버스’(ditoland.com)에서 배알도와 망덕포구를 미리 체험해 볼 수도 있다. 이 3차원 가상공간에서는 사용자가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실감 나게 여행하고 다양한 광양 관광 정보를 받을 수 있다.

배알도와 망덕포구는 앞으로 더 아름다운 변신을 할 예정이다.

광양시는 오는 2027년까지 윤동주의 유고가 보존된 정병옥 가옥이 있는 망덕포구와 배알도 일대에 문학관과 야영장, 해상보도교 야간 조명 등을 설치해 체류형 관광거점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배알도에는 50억원을 들여 윤동주의 시상을 투영한 ‘미디어파사드’ 작품이 설치된다.

이곳은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 영감을 얻어 조명 2898개로 꾸밀 예정이다. ‘2898’이라는 숫자는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글자 수이다.

광양시는 배알도를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 집라인과 야영장, 어린이 놀이시설 등을 확충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망덕산에서 출발해 태인도 공원에 착지하는 898m 길이 집라인이 완공된다.

김성수 광양시 관광과장은 “배알도와 망덕포구 일대는 강, 섬, 포구, 바다 등 지속가능한 생태자원과 윤동주의 시와 같은 감성 가득한 인문자원이 가득한 섬진강권-남해안 남중권 관광지구의 교점”이라며 “배알도 야간경관조명을 마중물로 이 일대를 생태, 문화, 레저가 복합된 국내외 최고의 수변 관광 중심지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광양=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김대수 기자 kds@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