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표준계약서 그게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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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표준계약서 그게 뭔가요?”
공연예술분야 표준근로계약서
2019~21년 제정 예술인 피해 구제
지역 예술인 초년생들 존재도 몰라
홍보·교육방법 등 다변화 필요
2023년 12월 05일(화) 19:50
올해 초 광주문화재단 지원으로 상연했던 공연의 한 장면. 사진은 본문 내용과 무관.
#광주에서 공연예술계에 종사하는 피아니스트 최(여·27) 씨는 작년 5월 모 오케스트라와 정기연주회 겸 신인음악회 계약을 맺었다. 계약서에는 계약금, 잔금 및 납기, 영상제공 등 기본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9쪽에 걸쳐 연습일, 구체적 역할(지휘, 협연 등)까지 규정하고 출연료 지급 방식(월급, 일급 등), 실연자와 제작자의 구체적 의무까지 규정하는 공연예술분야 표준계약서에 비해서는 구체성이 부족했다. 최 씨는 오는 30일 다른 계약을 앞두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표준계약서의 존재조차 몰랐다.

#전국 규모의 출판사에서 시인선 출간을 앞두고 있는 광주 출신 시인 김(30)씨는 출판계약서를 작성하며 다소 이상함을 느꼈다. 김 씨는 일찍이 ‘문학분야 표준계약서’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막상 받아본 출판사의 ‘출판권설정계약서’는 구체성도, 권익보호 내용 등도 결여돼 있었다.

계약서에는 출판권 설정 및 배타적이용권, 선급금 등 기본적인 내용은 포함돼 있었지만 증정본, 2차적 저작물 작성권, 판면파일의 구매 및 양도권, 성희롱 등 피해구제와 특약 등이 부재했다.

문체부는 작년 초 (재)예술경영지원센터, 법무법인 등과 함께 문화예술분야 표준계약서(미술)를 제정했다. 공연예술분야도 표준근로계약서·표준용역계약서 및 해설서를 지난 2019년 배포했으며, 출판 분야는 출판권설정계약서, 전자출판 배타적발행권 설정계약서 등 10종의 표준계약서를 지난 2021년 제정했다. 이외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저작재산권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문화예술 표준계약서’가 만들어졌다.

예술인 복지법 제5조 1항에서 “국가는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의 당사자가 대등한 입장에서 공정하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분야에 관한 표준계약서를 개발하고 이를 보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정한 문화예술분야 표준계약서는 법적 구속성은 없지만 계약을 진행할 때 참조할 수 있는 정형화된 내용을 미리 정해둬, 상대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계약당사자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실제 광주·전남지역 예술현장에 문화예술분야 표준계약서가 유통·정착되기까지는 갈 길이 요원해 보인다. 특히 지역에서 활동하며 계약 경험이 드문 ‘예술인 초년생’들은 표준계약서의 존재 자체도 모르는 경우가 있어 홍보와 교육 방법 등의 다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물론 일부 의무명기사항이 아닌 이상 현재로서 이 같은 구체적인 내용을 계약서에 ‘모두’ 포함해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법적 분쟁상황이 발생할 시 예술인 표준계약서에 명기되어 있는 사항들이 예술인의 피해 구제에 도움이 돼 ‘유비무환’이라는 해석이다.

아울러 서면계약 신고·상담창구를 운영하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계약 당사자가 계약서에 의무 명시사항을 기재하지 않을 경우 신고접수를 받고 있다. 이후 후속 조치로 문체부가 조사에 나서 시정명령 조치 후 불이행 시 최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도 부과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실제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2020년 6월부터 현재까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접수된 예술계약 ‘서면계약 위반 신고접수 사건’은 총 100건이며, 그중 광주·전라지역 신고 건수는 전국 대비 1%(총 1건)에 불과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정책기획팀 김수진은 “절대적인 신고 건수 등이 적어 보일 수도 있으나, 불공정 계약이 체결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며 “향후 지역문화재단 등과의 협력을 통해 지금보다 많은 지역예술인들이 서면계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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