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기증’ 이건희가 사랑한 명작 순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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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기증’ 이건희가 사랑한 명작 순례기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이건희 컬렉션 이종선 지음
2023년 12월 03일(일) 07:00
청자 양가죽절문 병, 백자 달하아리, 정선 필 인왕제색도,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백자 청화죽문 각병….

이들 작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국보 유물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있는 이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국보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이건희’라는 인물과 연계된다. 바로 이건희 특급 컬렉션들이다.

지난 2021년 삼성그룹 유족들이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은 세간의 화제였다. 지역에서도 명품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국립광주박물관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전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던 동명의 전시를 바탕으로 기획한 전시를 연계한 순회전이었다.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김홍도의 ‘추성부도’, 도자, 회화, 불교공예품 등 옛 미술품이 눈길을 끌었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도 ‘아름다운 유산-이건희 컬렉션 그림으로 만난 인연’을 주제로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김환기, 오지호, 이응노, 이중섭, 임직순 등 5명의 작품 30점이 나왔다.

전남도립미술관은 ‘고귀한 시간, 위대한 선물’을 주제로 관객들을 맞았다. 천경자를 비롯한 4명의 지역 작가와 유영국, 박대성, 김은호 등 근현대 미술사에 빛나는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호안 미로 작 ‘구성’
이건희 컬렉션을 통해 접할 수 있었던 작품은 일반적인 기증작과는 차원이 달랐다. 화려한 면면들은 ‘세기의 기증’이라는 찬사를 받고도 남았다.

이건희 컬렉션에 숨겨진 수집 이야기와 명품 순례기를 담은 책이 발간됐다. 저자는 고고학자이자 미술사학자인 이종선 전 서울역사박물관 초대관장. 이 관장은 삼성문화재단의 호암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을 거쳐 실질적 책임자인 부관장을 역임했다.

저자는 이건희 컬렉션이 어떻게 수집됐는지 그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컬렉션 수집의 시작과 마무리까지 과정을 함께했던 그가 수집 과정에 얽힌 에피소드와 기증품 내역 등을 들려준다.

그는 “이건희 회장은 사업경영과 마찬가지로, 미술품 수집에서도 그만의 독특한 주관과 주장이 있었다. 명품제일주의, 그것도 ‘초특급’을 최우선시한 그의 생각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기증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미술품은 1만2023건 2만3000여 점에 이른다. 실로 방대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규모도 규모지만 국보,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만 60점에 이른다.

이 관장은 이건희 회장은 작품 자체를 중요하게 보고 가격에 상관없이 좋은 작품인지를 최우선으로 봤다고 한다. 초일류 기업을 위해 헌신했던 것처럼 ‘초일류 컬렉션’을 목표로 삼았다는 얘기다.

‘청자 양각죽절문 병’
한국 고미술 부분에서 보면 조선시대 미술품들이 이건희 컬렉션의 진수라 할 수 있다. 고려청자에 심취했던 부친과 달리 백자를 좋아했다. “말수 적은 성정이 덤덤한 백자와 잘 맞았는지 30대 시절부터 소리 소문 없이 백자와 목기를 수집했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국보인 ‘백자 청화매죽문 항아리’, ‘백자 청화죽문 각병’은 귀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한국 근현대미술 부분에서는 35점의 작품을 조명한다. 규모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동양화를 계승한 김은호, 이상범을 비롯해 그 뒤를 이은 김기창, 장우성의 작품이 있다. 이후의 세대들은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개척한 화가들이다. 남도 출신인 김환기, 천경자 뿐 아니라 유영국, 이중섭, 장욱진은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들이다.

조각분야의 작품들도 손색이 없다. 권진규, 김종영 등 외에도 현대미술의 백남준 작품까지 다채롭다.

저자는 “기증된 미술품들을 적기에 확보해 아름답고 기능적으로 담아낼 새 미술관을 지어야 한다는 임무는 우리에게 남겨진 크나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고 언급한다. <김영사·3만3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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