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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기구 썩어있고 나사 빠져 덜렁…어린이 안전 위협
광주 어린이공원 둘러보니
곳곳 파손되고 틈새 벌어져 불안
난간·흔들다리 쇠줄로 대충 고정
부러진 기둥 방치, 관리 부실한데
‘정기시설검사 합격증’은 버젓이
자치구들 “예산 부족에 보수 한계”
2023년 11월 26일(일) 20:20
26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 장수어린이공원의 조합놀이대에서 흔들다리의 연결부 브래킷이 떨어져나가 쇠줄로 묶어놓은 모습.
광주지역 어린이공원의 놀이기구 등이 부식되거나 파손된 채 방치돼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광주시가 ‘아이낳아 키우기 좋은 도시’를 표방했으나 정작 5개 자치구는 의지와 예산부족으로 어린이공원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

26일 광주일보 취재진이 찾은 광주시 서구 치평동 원마륵어린이공원은 총체적 관리 부실 상태였다.

바닥재(탄성 포장재)는 갈라졌고 조합놀이대(미끄럼틀 등 여러 기구가 조합된 놀이시설)는 부식과 파손이 심각했다.

조합놀이대 경사면에 설치한 나무 발판은 못이 빠져 덜컹거리고, 미끄럼틀은 고정이 안 돼 2㎝가량 벌어진 틈새에 글루건을 군데군데 발라놓았다.

현행법은 ‘어린이놀이시설의 목재는 쪼개지거나 거친 부분이 없어야 한다. 또한 썩거나 파손된 부분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관리자인 광주시 서구청은 이 어린이공원 놀이기구에 지난 7월 14일자로 발급된 ‘정기시설검사 합격증’을 버젓이 붙여놓아 ‘시설 검사’ 여부를 의심케 했다. 각 자치구는 2년에 한 번씩 어린이 놀이시설 정기시설검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게시해야 한다.

26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 원마륵공원의 조합놀이대의 나무 기둥이 썩어 부러져 있다.
다른 어린이공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서구 치평동 장수어린이공원의 조합놀이대는 흔들다리의 연결부 고정용 브래킷(bracket)이 사라져 난간과 흔들다리를 쇠줄로 대충 묶어놓았다.

시소는 충격 흡수용 타이어가 찢어져 주저앉아 있었다. 이곳에는 지난 7월 16일자로 검사 유효기간이 4개월이나 지난 정기시설검사 합격증이 붙어 있었다.

서구 치평동 해오리 어린이공원 시설에도 지난해 7월 3일 유효기간 만료된 정기시설검사 합격증이 붙어 있었다. 그네의 페인트칠이 모두 벗겨져 갈색 녹으로 뒤덮혀 있어 사실상 방치상태였다.

북구 평교어린이공원을 이용하는 어린이들도 위험에 노출돼 있다. 조합놀이대의 기둥이 부러져 ‘출입금지’ 테이프를 감아 뒀으나, 어린이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동구 풍향동놀이터에서는 시소 의자가 모두 부서져 있었고 아예 정기시설검사 합격증 게시대에 아무 것도 붙어 있지 않았다.

시민들은 깨지고 부서진 놀이 시설을 크게 우려했다.

임점례(여·70·서구 치평동)씨는 “비만 오면 어린이공원이 물에 잠기는데다 곳곳이 부서지고 깨지고 낙서 투성이라 관리가 안 되는 것이 뻔히 보인다”며 “명색이 어린이공원인데 어린이를 위한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놀이기구 투성이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는 걸 보면 괜히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고 밝혔다.

자치구 관계자들은 “예산 부족으로 보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구청 담당자는 “놀이시설 하나를 통째로 교체·보수하려면 3000~4000만원의 비용이 들고, 바닥재까지 교체하면 한 공원 당 1억원 가량 비용이 든다”며 “올해 어린이공원 시설 보수 예산은 5000여만원인데, 코로나19가 풀리면서 어린이 야외활동이 늘어 상반기에만 70여건의 보수 요청 민원이 들어와 모두 소진한 상태다”고 밝혔다.

또 “정기시설검사 업체 측에서 당장 위험요소가 없고 경미한 보수 사항만 있다고 판단하면 일단 합격시키고, 추후 보수하는 방식을 자주 이용한다”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놀이시설이 크게 파손됐는데도 ‘시설검사 합격’을 받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하지 못했다. 시설검사 합격증이 1년 넘게 갱신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최대한 빨리 최신화하겠다”는 답만 내놨다.

한편 광주시에는 올해 8월 기준 동구 9곳, 서구 55곳, 남구 30곳, 북구 90곳, 광산구 88곳 등 총 272개 어린이공원이 설치, 운영하고 있다.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