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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예향] 책과 노닐다, 삶이 깨어난다
책 읽는 사람, 책 읽는 도시
책 읽는 ACC, ‘책과 함께 떠나는 도심 속 독서여행’
전남대, ‘올해의 책’ 선정 ‘광주·전남이 읽고 톡하다’
‘동구청 독서문화운동’ 북토크, 낭독 콘서트 등 행사
디지털 아닌 종이책으로 독서 여행 함께 떠나보시길
2023년 11월 13일(월) 19:00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지난 10월 18~22일 아시아문화광장 일대에서 ‘책 읽는 ACC’를 개최했다. 빈백에 편안하게 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독서중인 시민들.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 나는 그렇다고 생각해.” 1904년 1월, 프란츠 카프카는 친구 오스카 폴락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며 종이책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전자책과 오디오 북, 유튜브 등으로 독서 트렌드가 변화하기 때문이다. 미래세대는 종이 책보다 전자 책과 오디오 북을 선호하지만 독서의 본질을 변할 수 없다.

◇책과 함께 떠나는 도심 속 독서여행= “감정을 느끼는데 어려운 주인공이 다양한 등장인물을 만나며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인상 깊었다.”(손원평 ‘아몬드’)

“읽는 동안 주인공들과 같이 실제로 숲을 걷고, 길을 걷고, 음악을 듣고 있는 느낌이었다.”(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

지난 10월 18~22일 국립 아시아문화전당(ACC) 아시아문화광장 일대에서 열린 ‘책 읽는 ACC. ‘책과 함께 떠나는 도심 속 독서여행’이라는 주제로 ACC가 주최한 야외 도서관 행사이다. 그 가운데 ‘인생책방’ 부스에는 ‘아몬드’와 ‘노르웨이의 숲’, ‘안네의 일기’, ‘어떻게 살 것인가’ 등 애독자들이 인생 책에 대해 쓴 엽서가 걸려있었다. 앞면에는 책 제목을, 뒷면에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적었다.

광장 한 가운데에는 60여 개의 빈백(Beanbag·충전재를 채워 넣어 신축성이 좋고 푹신한 의자)이 놓여 있다. 빨강·보라·오렌지색으로 이뤄진 의자 사이사이마다 토끼와 양 모양의 미니 서가를 뒀다. 자녀를 동반한 부모와 젊은 연인들이 편안한 자세로 누운 채 책을 읽는다. 그런데 몇몇은 스마트 폰을 들고 있다. 제각각 책과 폰을 들고 ‘독서’하는 모습이 아무렇지 않게 어우러진다. 문장을 필사한 단아한 글씨체에서 ‘읽는 이’의 마음이 와 닿았다. 이번 행사는 책을 읽고 마음에 남는 책 속 문장을 필사하는 ‘마음을 채운 문장들’과 나에게 맞는 독서법과 책을 처방받는 ‘나의 독서 MBTI’, 이슬아 작가의 북 토크와 재즈공연 등 다채롭게 꾸며졌다.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며 독서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종이책뿐만 아니라 전자책(e-book) 오디오 북 등 IT기기를 이용한 새로운 독서 트렌드가 형성됐다. 유튜브와 팟 캐스트를 통한 책 관련 정보는 홍수를 이룬다. 지자체는 책 읽는 문화를 위해 ‘올해의 책’ 선정과 책읽기 캠페인, 저자 북토크 등을 펼치고 있다. 동네책방과 출판사에서도 독서모임과 저자 특강, ‘북 레터’ 등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2030세대 한달 책 구매비용 9033원=독서인구와 종이책의 위상 변화는 각종 통계에서 확인된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서적 소비지출은 2021년 9455원→2022년 9011원→올해 8077원으로 해마다 줄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조사에서는 2030세대의 한 달 책 구매비용이 유독 눈에 띈다. 올해 2분기 가구주 연령 30대 이하 가구의 월평균 서적지출 비용은 9033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기준 책 1권당 평균 가격(1만7116원)을 감안하면 0.5권 값이다. 2021년 1만1354원, 2022년 1만3701원에서 올해는 전년보다 34%나 줄어든 것이다. 40~49세 가구는 2021년 2만1477원에서 2022년 1만7455원, 올해 1만7475원 수준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예술인 복지재단 소속 문학인과 시민, 문학관, 문학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1 문학 실태조사(2020년 기준)’ 결과를 보면 문학독서 경험의 매체별 비율은 ▲종이책 40.9% ▲전자책 10.9% ▲오디오북 5.2% 순으로 나타났다. 매체별 구매 경험 역시 ▲종이책 32.5% ▲전자책 12.9% ▲오디오북 9.2% 순이었다. 구매기준은 ‘작가’(17.6%)나 ‘베스트셀러 여부’(12.2%)보다 ‘책 내용’(57.1%)을 우선시했다.

또한 ‘독서의 범위’에 대한 인식도 다양해졌다. 성인은 종이책 읽기(98.5%)와 전자책 읽기(77.2%), 웹소설 읽기(66.5%)가 ‘독서’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성인보다 종이책과 전자책 이외의 종이신문·잡지와 웹툰, 웹진, 소셜미디어, 챗북(챗팅 형식의 콘텐츠 읽기) 등 다른 매체도 ‘독서’의 영역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책 읽는 동구’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광주 동구청의 ‘2023 올해의 책 선포식’. <광주 동구청 제공>
◇광주 동구청과 전남대 등 ‘올해의 책’ 선정=광주 동구청과 전남대 등에서 ‘올해의 책’을 선정해 책 읽는 문화 활성화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광주 동구청은 독서문화운동인 ‘책 읽는 동구’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올해의 책’ 선정을 비롯해 작가 초청 북토크, 낭독 콘서트, 독서공모전, 책마을 인문산책, 생애출판사업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1차 독서 전문가와 구민 온라인 추천(106권)과 2차 ‘올해의 책’ 도서선정단의 최종 후보도서 선정(20권), 3차 구민선호도 조사(570명 참여)를 거쳐 ‘올해의 책’ 10권(유아·어린이 4권, 청소년 3권, 성인 3권)을 선정했다. 최근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요리책(요리조리 쿠킹클래스)과 책 문화공간 지도(동구 책방 유람)를 펴내기도 했다.

전남대는 지난 6월 개교 71주년 기념식에서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2023년 올해의 한 책’으로 선포했다. 또 함께 추천하는 동반도서로 ‘깻잎 투쟁기’(우춘희),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곽재식), ‘가족공부’(최광현) 등 4권을 선정했다. 전남대는 지난 2013년부터 매년 ‘광주·전남이 읽고 톡하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민음사와 문학동네, 마음산책, 비룡소, 마티, 유유 등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북 클럽’ 역시 독자들의 독서 의지를 자극한다. 회원에 가입하게 되면 좋아하는 책을 보면서 독서모임 참여와 할인, 굿즈 등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받게 된다. 공중파와 종편,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책 관련 교양프로그램도 독서문화 확산에 기여했다. MBC ‘행복한 책읽기’·‘느낌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KBS 라디오 ‘명사들의 책읽기’, tvN ‘요즘 책방:책 읽어드립니다’·‘책읽어주는 나의 서재’와 같은 것들이다.

◇퇴화하는 ‘읽는 뇌’… 종이책의 미래는?=요즘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디지털 기기를 장난감처럼 접한다. 디지털 시대 종이책의 미래는? 장석주 작가는 인문 에세이 ‘에밀 시오랑을 읽는 오후’(2023년)에 실린 ‘책 읽기라는 모험이 사라진 시대’에서 디지털 뇌의 시대를 경고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문자를 읽을 수 없는 ‘원시인의 뇌’에서 학습과 훈련을 통해 ‘읽는 뇌’를 가진 존재로 진화했다. 그런데 현대인들이 디지털 기기를 손에 들고 인지적 과부하에 걸리면서 읽기 능력이 떨어지고 복잡한 사유과정이 생략된 ‘원시인의 뇌’로 회귀한다는 것이다. 멀티 태스킹이 가능한 디지털 뇌로 갈아타는 순간 다시는 읽는 뇌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읽는 뇌의 시대가 끝나면 종이책도 사라질 것이다. 그 빈자리를 디지털 기기들이 파생시키는 ‘가속의 에토스’가 빠르게 차지할 것이다. 그 다음은? 종이책 읽기에 느긋하게 빠져 관조적 삶을 즐기던 시대는 막을 내릴 것이다.”

미래를 이끌어 나갈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는 기성 세대와 다른 방식으로 책을 소비한다. 종이 책보다 전자 책과 오디오 북을 선호하는 청년세대의 독서문화는 디지털화 돼있다. 주로 SNS를 통해 책 이야기와 감상평을 공유한다. 기성 세대가 유명 작가들의 독서일기를 통해 책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면 요즘 청년세대는 시청자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북튜버’의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독서인구가 줄고 독서문화가 변하고 있지만 책과 독서의 본질은 변할 수 없을 것이다. 튀르키예 작가 오르한 파묵은 소설 ‘새로운 인생’(민음사)의 첫 문장을 매혹적으로 시작한다.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글=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