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주택의 적정 층수 - 노경수 광주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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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한 주택의 적정 층수 - 노경수 광주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2023년 10월 29일(일) 19:55
1970년대 초반 유럽이나 북미에서 고층 아파트가 거주민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활발히 발표되었다. 이로 인해 유럽에선 고층 아파트가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 아파트로만 공급되었고, 중산층의 수요는 거의 없었다. 물론 그곳에서는 우리 경우처럼 고층 아파트가 부동산 투기를 통한 부의 축적 수단은 아니었다.

카퐁박사는 1971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고층 아파트 생활이 인간의 정신적·사회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임상적·직관적인 관찰 결과를 제시하였다. 고층 아파트의 어린이는 운동 결핍으로 인해서 무기력증, 조급증, 반사회적 행위, 자폐증, 정신이상의 증상 등이 나타났다. 또한 이 어린아이들은 단독주택의 아이들보다 이웃 친구나 활동에 있어 사회적으로 격리되어 사회성이 결여되었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어른들과 접촉이 지나치게 많은 나머지, 결과적으로 부자연스럽고 신경과민적인 증상도 관찰되었다.

일본 도카이대 의학부 오사카 후미오 교수는 초고층 아파트에 사는 임산부의 유산·사산 등 ‘이상 분만’이 저층 임산부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후생성에 보고한 바 있다. 다른 조사 연구에 따르면 3세의 어린이들이 하루에 밖에서 노는 시간을 1~2층과 8층 이상에 사는 어린이를 비교했을 때 저층의 경우가 훨씬 길었다. 또 어린이를 데리고 하루 3회 이상 외출하는 경우는 1층에 사는 가구에서 77.8%인데 비해, 4층 이상에서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연구원(2003년) 보고서에서는 고층 아파트(16층 이상)에 살면 항공기 탑승때와 비슷한 증후군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피로 지속, 울렁증·현기증, 오한, 복통, 눈 따가움, 손 저림 등을 꼽았다.

이러한 현상은 고층 아파트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 즉 어린이, 주부, 노인층에게 가장 뚜렷한 상관 관계가 있다. 결국 고층건물 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문제의 원인이다. 고층 아파트 생활에서는 지상의 출입구까지 도달하는데 몇몇 장애물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외출을 꺼리게 된다. 예를 들면 건물 1개 층의 계단(3m)은 상호 교류와 거리감에서 약 30m의 수평거리에 상당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텔레비전 시청 또한 고층 아파트에서 머무르는 시간을 더욱 연장시킨다.

이처럼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는 층은 몇 층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는가. 외국 실험에 의하면 주택이 5층을 초과하는 높이로 알려져 있다. 2층 또는 3층에서는 건물 밖까지 편안하게 걸어 내려갈 수 있으며, 창문에서 내다볼 때 가로 경관과 일체감을 가질 수 있다. 즉 사람의 모습, 얼굴 표정, 나뭇잎, 상점 등의 세부 표정을 그대로 보고 느낄 수 있다. 3층에서 큰소리로 외친다면 밑에 있는 사람의 주의를 끌 수가 있다.

지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활동과의 의미있는 접촉은 지상 3~4층부터 눈에 띄게 감소한다. 6층 이상에서는 어떤 사물이나 사람도 지상 층의 이벤트와 접촉이 완전히 단절된다. 건물 밖의 광경에서 시각적인 디테일은 상실되고 자신과는 무관한 독립된 세계처럼 보인다.

덴마크의 대표적인 건축가인 얀 겔 교수나 미국의 크리스토퍼 알랙산더 교수는 4-5층의 주택 높이가 인간의 건강과 올바른 관계 유지를 위해서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 이상 건물일지라도 주의 깊게 설계 한다면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르나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5층 이하의 주택은 정신적·육체적 건강보다 금전적 가치인 시세 차익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현재와 같은 초고층 선호 상황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5세 미만의 어린이, 주부, 노인 등이 있는 가족이 주택을 선택함에 있어 5층 이하의 높이는 일조·채광과 더불어 정신 건강을 위해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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