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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 아침 식사는 하셨나요? -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2023년 10월 03일(화) 23:00
가족이 사라지고 있다. 조금 과장하면 소멸하는 중이라고 해야 맞겠다. 1980~1990년대만 하더라도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주까지,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은 도시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 때는 시골 사는 부모가 아프면 도시 사는 자식들이 모셔와 함께 지내는 것이 상례였던지라 지금의 중·장년층 가운데 대가족 생활을 경험한 이들이 많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핵가족화와 혼인율·출산율 저하가 가속화되면서 3대 이상이 함께 사는 대가족은 TV드라마, 안동 하회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희귀한 가족 형태가 됐다. 자녀들은 대학을 가거나 성인만 돼도 분가를 하고 직장인들은 함께 살던 부모도 아프면 요양병원에 보내야 하는 현실 탓에, 한 가족의 구성원 수가 줄어들고 있다. 심지어 혼자 살면서 결혼을 늦추거나 꺼리는 경우가 늘면서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20년만에 1인 가구 3배 증가

2022년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750만 2350가구로 총 가구 중 34.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2인 가구는 28%, 3인 가구 19%, 4인 가구 5% 순으로 구성원 수가 많을수록 비율은 낮았다. 1인 가구가 현대사회의 새로운 가족 형태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이다. 국내 1인 가구는 2000년 225만 이던 것이 2020년 664만, 2022년 750만여 가구로 20년 만에 3배 이상 급증했다. 1인 가구가 10가구 중 적게는 3가구, 많게는 4가구인 셈이다. 특히 광주시의 1인 가구는 26만 가구로 전체 가구(65만)의 40%를 돌파,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다.

1인 가구의 급증은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국민들의 증가가 큰 몫을 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2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결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반영하듯 결혼 건수는 매년 줄어들고, 이혼율은 높아지는 추세다. 광주시의 지난 한해 혼인 건수와 이혼 건수는 4902건, 2360건으로 결혼한 두 쌍 중 한 쌍꼴로 이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학자들은 가족이 사라지는 이유를 비싼 주거비와 양육비, 교육비 등에 따른 결혼 기피 현상에서 찾는다. ‘결혼은 중산층 이상의 문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니, 출산은 말해 더 무엇하겠는가. 결국 가족을 꾸리는 것이 경제적으로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출산을 담당한 여성 입장에서는 일과 사랑(가정·육아)을 병행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여성이 일을 하려면 결혼이 어렵고, 설사 결혼을 했더라도 육아가 힘든 탓에 임신을 꺼려 가족의 구성원 수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렇게 가족이 사라져 가지만 뾰족한 대책도, 또 걱정하는 이들도 없는 것 같다. 사실 가족만큼 힘들게 하는 대상도 없다. 상황에 따라 결혼은 얼마든지 지옥이 될 수 있고 자식은 영원한 짐일 수도 있는 것이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가족의 소멸과 1인 가구의 등장은 그 미래가 밝지 않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감안하면 향후 1인 가구는 독거 노인의 비중이 압도적일 것이며,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은 물론 자살률이 가장 높은 우리로서는 복지 수요의 한계점에 다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가족은 이제 사라질 만큼 쓸모가 다한 것일까. 인간의 역사와 함께한 윤리와 종교들이 하나 같이 가족 사랑과 소중함을 가르쳐 온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가족은 가장 효율적인 사회안전망

1846년 겨울, 서부를 향한 여정에 오른 81명의 무리가 미국의 시에라 네바다 지역의 산맥을 넘다가 폭설 때문에 돈너 계곡에 갇혔다. 이들은 11월 말부터 구조되던 이듬해 4월까지 무려 다섯 달 동안 변변한 텐트나 침구 없이 계곡에 갇혀 지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 여성, 건강한 남성, 가족 등 구성이 다양했다. 태반이 숨졌는데 누가 살아 남았을까. 누가 봐도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20~30대 건강한 남성들이 생존했을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여덟 살짜리 어린아이와 노인들의 생존율이 더 높았던 것이다. 조사 결과, 최고의 희생자 그룹은 건강한 독신 남성들로 15명 중 12명이 숨졌다. 반면 가족단위 그룹은 무려 9명의 대가족 전원이 살아남는가 하면 한 가족 12명 중 8명이 살아남는 등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고난과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는 가족만 한 것이 없다. 개개인의 능력이나 리더의 지도력도 중요하지만 가족의 유대와 사랑이 훨씬 효율적임이 입증된 것이다. 가족은 가장 완벽한 최후의 보루이자 사회안전망이 아닐까. 가족이 사라져가는 현실에,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였던 추석 연휴의 단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