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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미롭고 간절한 - 은모든 지음
2023년 09월 22일(금) 09:00
“별일 없이 잘 있는지, 이제 서로 자주 좀 들여다보고 살자”

평행우주를 그린 연작소설 ‘우주의 일곱 조각’으로 주목받았던 은모든 작가가 새로운 소우주를 소설에 담았다. ‘우주의 일곱 조각’ 속 주인공 ‘은하’와 ‘민주’가 춘천을 배경으로 펼치는 작품 ‘감미롭고 간절한’이 바로 그것. 이전 작품집과 동일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피카레스크식(시리즈) 구성의 작품인데, 실존적 공포를 겪던 두 사람이 여행을 떠나 서로 치유하고 치유받는 이야기다.

소설은 이태원 참사 직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끔찍한 재난으로 인해 세상은 ‘털끝 하나도 다치지 말고, 안전하게’라는 인사말이 안부가 되어버렸다. 사람들에게 ‘생존과 안위’라는 기본적인 문제는 가장 큰 이슈로 자리잡았다. 재난과 참사를 말미암아 삶의 위기감은 구석구석으로 번졌는데 취업시장, 집값 등 두 사람이 처해 있는 한국은 끊임없이 뛰어야 살아 남는 개미지옥을 방불케 한다. 빈틈없이 ‘촉박한’ 날들로 일상을 가득 채워가던 은하와 민주는 갈수록 지쳐만 갔다.

‘다시 떠나도 언제든 되돌아올 수 있게 자리를 지키는 호수의 마음으로’

은하는 서울을 벗어나 춘천으로, 민주는 외국으로 도피하기를 원했다. 그렇지만 춘천에서 만난 두 사람은 함께 위로하고 서로의 일상적 안부를 물으며 삶을 회복하는 방법을 배워 나간다. 책은 어딘가로 떠나는 인물들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되돌아올 때는 용기와 희망을 되찾는 전개방식을 취한다. 책의 제목처럼 두 사람이 서로 ‘감미롭고 간절’하게 돕는 여정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한편 위즈덤하우스 ‘위픽’ 시리즈는 근작 ‘잠이 오나요(이유리)’, ‘창신동 여자(최현숙)’, ‘이런, 우리 엄마가 우주선을 유괴했어요(심너울)’ 등을 선보이고 있다.

<위즈덤하우스·1만3000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