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가부장제 - 레베카 엔들러 지음·이기숙 옮김
![]() |
여성용 핑크색 전동 드릴을 본 적 있는가? 기능과 버튼이 풍부한 남성용에 비해 별매품 느낌에 그쳐 단출하기 가없다. 여성용 축구화는 또 어떠한가. 애초에 남성용에 비해 라인업이 부족할뿐더러 가격, 기능, 디자인 등도 천양지차로 열약하다. 이러한 물질들의 ‘실존’은 한편에서 여성이 뛰놀 운동장을 좁혀온 것 같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사물이 역설적으로 세계의 부조리를 견고하게 함을 들여다보는 책이 출간됐다. 레베카 엔들러가 펴낸 ‘사물의 가부장제’가 바로 그것. ‘세계는 왜 여성에게 맞지 않을까’라는 부제를 갖고 일원화된 물질 문명이 가부장제에 복무한다는 논지를 펴면서, 기존 유물론이 갖는 허상을 밝힌다.
“여성을 공략하는 열쇠는 아직도 변함없이 이것인 것 같다. ‘분홍색을 입혀라, 크기를 줄여라’. 오리지널보다 크기가 작고 색이 감미로운 모든 것은 의심할 나위 없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
책에 따르면 사회에 있는 다양한 사물들은 당초 남성용을 상정하는 ‘오리지널’로 만들어졌다. 이를 다운사이징한 뒤 핑크 등을 가미한 물건이 여성에게 제공될 뿐인 것이다. 물론 다수의 여성들이 이런 제품을 선호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책은 여성이 진정으로 작고 핑키한 것을 좋아하기에 그런 물건들이 생산된 것인지 혹은 그 역순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여성의 물건마저 오리지널의 아류로서 남성주의에 복무하고 있다는 발상은 가부장제의 의표를 찌른다.
“세계는 왜 여성에게 맞지 않을까?” 저자는 이에 대해 사변적 이론을 늘어놓지 않고 ‘포르노’, ‘달걀’, ‘의약품’, ‘비디오게임’과 같은 흥미롭고 구체적인 예를 든다. 그러면서 남성에게도 ‘물질’과 ‘성’에 대한 성찰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그러나·2만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여성을 공략하는 열쇠는 아직도 변함없이 이것인 것 같다. ‘분홍색을 입혀라, 크기를 줄여라’. 오리지널보다 크기가 작고 색이 감미로운 모든 것은 의심할 나위 없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
책에 따르면 사회에 있는 다양한 사물들은 당초 남성용을 상정하는 ‘오리지널’로 만들어졌다. 이를 다운사이징한 뒤 핑크 등을 가미한 물건이 여성에게 제공될 뿐인 것이다. 물론 다수의 여성들이 이런 제품을 선호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책은 여성이 진정으로 작고 핑키한 것을 좋아하기에 그런 물건들이 생산된 것인지 혹은 그 역순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여성의 물건마저 오리지널의 아류로서 남성주의에 복무하고 있다는 발상은 가부장제의 의표를 찌른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