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으로 들어간 화가들, 명예욕? 후원자 찾기?…거장들은 왜 작품 속으로 숨어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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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으로 들어간 화가들, 명예욕? 후원자 찾기?…거장들은 왜 작품 속으로 숨어들었나
파스칼 보나푸 지음, 이세진 옮김
2023년 09월 15일(금) 12:00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꼭’ 출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기증’, ‘새’, ‘열차 안의 낯선 자들’ 등 작품 속에서 그를 찾는 재미는 쏠쏠하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도 마찬가지다. 로버트 드니로 주연의 ‘택시 드라이버’를 비롯해 ‘휴고’, ‘코미디의 왕’ 등 많은 작품에 카메오로 등장했다.

화가들은 어땠을까. 그들 역시 작품 속에 자신들의 모습을 감춰놓고는 했다. 수많은 인물 군상들 틈 사이에 보일듯 말듯 숨어있기도 하고, 마치 작품의 주인공처럼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소설가, 전시기획자, 미술사학자로 활동중인 파스칼 보나푸의 ‘그림 속으로 들어간 화가들-위대한 화가들의 은밀한 숨바꼭질’은 작품 속에 스스로를 드러내고자했던 화가들의 꿈과 야망을 보여주는 책이다.

책은 ‘신화와 현존’, ‘죄와 기도’, ‘역사와 우화’, ‘만남과 환시’ 네 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그림 속 화가들’을 살펴본다.

30년간 스페인 왕실화가로 활동했던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대표작 ‘시녀들’에는 마르가리타 테레사가 시녀들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과 함께 당당히 정면을 응시하는 벨라스케스가 자리잡고 있다. 팔레트와 붓을 들고 모델들을 바라보기 위해 몸을 한쪽으로 기울이면서 그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걸린 대형 작품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1804년 12월2일 거행된 나폴레옹 1세 대관식’에는 크로키 화첩을 든 검은 옷 차림의 작가 자크 루이 다비드의 모습이 등장한다.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는 랭스 대성당에서 샤를 7세의 대관식이 거행될 때 잔 다르크의 뒤에 갑옷을 입고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은 작품 ‘샤를 7세의 대관식에 참석한 잔다르크’를 남겼다. 또 강렬한 작품 ‘골리앗의 목을 든 다윗’에서 목이 잘린 골리앗은 작가 자신인 카라바조의 모습이며 ‘위험한 요리사들’에서 접시 위에 올려진 잘린 머리 역시 화가 제임스 엔소로의 것이다.

거울이나 공, 액자 속에 비친 화가의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얀 반 에이크의 작품 ‘아르놀피니와 그의 아내 조반나 체나미(일명 아르놀피니 부부)’에서 화가는 벽에 걸린 거울에 비친 두 사람 중 한명으로 추론된다. 또 피터르 클레즈는 ‘크리스털 공이 있는 바니타스화’, ‘유리공이 있는 정물화’에 등장하는 ‘공’ 속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도록 했다.

저자는 화가들이 자신의 실력을 잠재적 후원자에게 홍보하기 위해, 공모와 연대 의식을 다지기 위해, 역사적으로 영광스러운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작품에 ‘비밀스럽게 숨어들어간다’고 말한다.

<미술문화·2만9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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