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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9월 13일(수) 01:00
군대의 역할 가운데 하나로 인식됐던 경찰(警察)이 분화돼 독립된 기관이 된 것은 근대국가에 들어서다. ‘경계하여 살피다’는 의미의 경찰은 19세기 초 영국이 광역경찰법을 제정하면서 군대에서 완전히 분리됐다. 당시 영국은 붉은색 계열인 군복의 반대색인 푸른색으로 경찰복을 만들고, 시민에게 친근감을 주기 위해 비무장 원칙을 지켜 경찰봉 이상의 무장을 자제했다.

경찰국가라는 표현도 있다. 18세기 유럽에서 국가 권력이 모든 것에 개입하는 절대국가를 그렇게 불렀다. 반대어가 야경국가다. 위험한 밤에만 살피는 행위를 하는, 다시 말해 국가가 존립을 위한 기본적인 기능만 하고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의미다. 경찰이라는 개념이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온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6·25 전쟁, 군사정권 등 오랜 기간 경찰은 모두에게 두려운 존재였다.

반말은 기본이었고, 불심검문은 예사였다. 과도한 대응에 비인권적 고문까지 경찰은 국민이 아닌 권력자 편에서 그 권력을 더 공고히 해주는 기관이었다. 2000년대 들어 그 권위가 누그러지고, 국민의 곁으로 다가서려는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과 법원에 의해 견제·감시를 받고 있으면서도, 현장과 밀착된 1차 수사기관으로 여전히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최근 전남지방경찰청의 사무관리비 사적 유용 의혹 수사에 전남도청이 술렁이고 있다. 경찰이 전남도청 직원의 6%에 해당하는 150여 명을 불러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상은 실무를 맡고있는 7~8급 직원으로, 하반기 여러 중요한 일정이 있는 도정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피의자의 혐의를 밝히고, 그에 따라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수사 범위를 설정하는데 있어 이미 감사를 벌여 직원들의 잘잘못을 적발한 전남도청과 사전 협의를 하는 과정이 있어야 했다. 형사처벌은 범죄의 정도가 심각한 사례로 한정하고, 사소한 경우는 해당 기관이 징계 등 내부 조치를 취하게 하는 상호 조율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성과와 업적을 남기는 것보다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다스려 본보기로 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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