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스포츠 -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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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스포츠 -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2023년 09월 07일(목) 22:00
한국의 프로야구는 1980년대 군사 정권이 ‘3S 정책’의 일환으로 탄생시켰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이다. 12·12 군사쿠데타와 5·18 학살을 통해 권력을 잡은 전두환 군부 정권은 국민들의 반군부 정서를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었고, 그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3S였다. 3S정책은 섹스(SEX·향락산업), 스포츠(SPORTS), 스크린(SCREEN)의 머릿글자를 딴 것으로 식민지 집권 세력이나 독재정권이 국민의 정치적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우민(愚民)화 정책을 말한다.

이렇게 불순한(?) 의도 아래 1982년 프로야구는 탄생했지만 군부 정권의 뜻대로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프로야구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1980년대 중·후반, 당시 광주 시민들은 해태 타이거즈 경기가 끝나면 ‘목포의 눈물’을 부르거나 ‘김대중’을 연호하며, 정치적 고립과 경제적 낙후의 설움을 달래기도 했다. 하지만 군부가 의도한 대로 시민들이 프로야구를 보며 정치에 무관심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연대감을 확인하며 정치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후 프로야구는 지속적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외연을 확장하면서, 최근에는 국민들의 일상 한 가운데에 자리잡았다. 광주 챔피언스 필드에서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거의 1만~2만 명에 달하는 관중이 몰린다. 특이한 것은 관중 가운데 대략 10%, 약 1000~2000명 정도가 KIA타이거즈의 상대팀을 응원하는 타지역 사람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전국 각지에서 원정 온 야구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 광주에서 1박을 하고 돌아가거나, 심지어 금·토요일이나 토·일요일 같이 이틀간 광주에 머물며 경기를 보는 팬들도 상당수라고 한다.

한 도시, 같은 장소에 1~2만명이 모이는 행사나 축제가 얼마나 있을까. 챔피언스 필드 경기장이 올해로 개장 10년을 맞았다고 한다. 이 기회에 KIA와 광주시는 낙후된 시설을 정비하고, 팬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확충했으면 한다. 특히 광주시는 매 게임 야구장을 찾는 1~2만명의 시민과 타 지역민을 고려, 스포츠와 지역을 연결하는 마케팅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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