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외교 - 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중화권에선 정치와 외교 전략을 동물에 비유해 표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원조격은 덩샤오핑 중국 국가주석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이다. 검정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의미로 개혁 개방을 추진하면서 실리를 추구하자며 내세운 구호다.
외교 정책에선 ‘전랑(戰狼) 외교’란 용어가 등장한다. 2015년과 2017년 개봉한 애국주의 영화 ‘특수부대 전랑(戰狼·늑대 전사)’에서 유래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특수부대가 미군을 물리친다는 내용으로 중국판 람보 시리즈다. 늑대 같은 전사가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무력과 보복 등 공세적인 외교를 지향한다는 의미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때를 기다리며 능력을 키운다) 노선을 폐기하고 중국몽을 기치로 내걸면서 중국의 외교 전략으로 자리잡았다.
전랑 외교는 지난해 10월 시 주석이 3연임에 성공하면서 노골화되고 있다. 그해 12월 대표적인 늑대 전사 친강이 외교부장에 임명되면서 외교관들의 입이 거칠어 지고 있다. 친강은 지난 4월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은 반대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불장난하면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다”고 협박했고,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며칠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관저로 초청한 자리에서 ‘중국이 패배할 것에 베팅하지 말라’는 취지의 망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대만은 중국의 전랑 외교에 ‘전묘(戰猫) 외교’로 맞서고 있다. 민주주의·인권 존중의 가치를 앞세워 국제 사회의 우군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2020년 7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샤오메이친 주미 대만대표부 대표를 임명하면서 “유연한 고양이 전사의 자질이 있다”고 소개한 데서 유래했다. 샤오메이친은 “대만 외교는 팽팽한 밧줄 위를 경쾌하고 유연하게, 균형 있게 걷는 고양이와 같다”고 규정했다. 비굴하지 않으면서 교양 있는 언행, 부드러우면서 굳건한 자신감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국제 외교가에선 전묘 외교가 전랑 외교를 눌렀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신냉전이 조성되는 상황에서 강대국 사이에 낀 우리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bungy@kwangju.co.kr
외교 정책에선 ‘전랑(戰狼) 외교’란 용어가 등장한다. 2015년과 2017년 개봉한 애국주의 영화 ‘특수부대 전랑(戰狼·늑대 전사)’에서 유래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특수부대가 미군을 물리친다는 내용으로 중국판 람보 시리즈다. 늑대 같은 전사가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무력과 보복 등 공세적인 외교를 지향한다는 의미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때를 기다리며 능력을 키운다) 노선을 폐기하고 중국몽을 기치로 내걸면서 중국의 외교 전략으로 자리잡았다.
국제 외교가에선 전묘 외교가 전랑 외교를 눌렀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신냉전이 조성되는 상황에서 강대국 사이에 낀 우리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