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 송기동 예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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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 송기동 예향부장
2023년 06월 13일(화) 00:00
지난 1995년 7월 23일 14만t급 유조선 ‘씨 프린스호’가 여수시 남면 소리도 남쪽 암초에 좌초했다. 구멍 뚫린 선체에서 원유와 벙커C유가 흘러나와 바다를 오염시켰다.

사고 이후 취재를 위해 해경 함정과 어선을 갈아타며 어렵사리 찾아간 기름 유출 피해 현장은 참혹했다. 안도 몽돌해변 등 인근 바다는 온통 시꺼먼 기름으로 뒤범벅돼 있었다. 짙푸른 바다 빛깔과 찐득이는 검은 기름 덩어리가 대조를 이뤘다. 해상 가두리 양식 어류들도 모조리 배를 뒤집은 채 집단 폐사해 버렸다. 해변이나 해상에서 개 닦기 작업과 방제 작업에 나선 어민들의 가슴 또한 새까맣게 타들어 갔을 것이다. 기름띠는 해류를 타고 고흥, 거제 근해로 흘러갔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자인 도쿄전력이 어제부터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는 설비의 시운전을 시작했다. 2주에 걸쳐 오염수 방출 설비의 작동을 살핀다고 한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소식을 접하며 28년 전 여수 바다에서 벌어진 해양 오염 사고 기억을 떠올렸다. 물론 기름에 의한 바다 오염과 원전 오염수의 방류 문제는 애당초 비교 불가일 것이다. 전자는 시간이 흐르면 인위적인 방제와 자연 정화에 따라 그나마 원상 회복을 기대하지만 후자는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빠르면 7월부터 다핵종 제거설비(ALPS) 등을 통해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 뒤 바닷물과 희석해 방류한다고 하지만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후쿠시마 원전 인근 바다에서 잡힌 우럭에서 일본 법 기준치의 180배가 넘는 세슘이 검출됐다는 사실에서 쓸데없는 걱정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여당은 관련 질의에서 “세슘은 물보다 무거워 가라앉는다. 그런 것(우럭)이 우리 바다에 올 가능성은 없다”고 답했다.

이러한 정부의 입장과 달리 소비자들은 천일염을 미리 사두는 등 오염수 방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 측의 본격적인 원전 오염수 방류에 앞서 분명하게 반대 입장을 밝히고 막아야 할 것이다. 청정한 바다는 어민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다.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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