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 - 박성천 문화부장·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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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 - 박성천 문화부장·편집국 부국장
2023년 06월 12일(월) 00:00
일반적으로 세계 3대 문학상 하면 노벨문학상, 공쿠르상, 부커상을 꼽는다. 노벨문학상이야 두말할 나위 없는 최고 권위의 문학상이다. 공쿠르상은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지금까지 마르셀 프루스트를 비롯해 앙드레 말로, 시몬 드 보부아르 등 세계적인 작가가 수상했다. 부커상은 영어로 된 작품 가운데 가장 뛰어난 소설을 선정하는 상으로 최근 들어 세계 문학 애호가들의 관심이 부쩍 높다.

올해의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수상작에 대한 발표가 지난 5월에 있었다. 수상작으로 불가리아 시인이자 소설가인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타임 셸터’(Time Shelter)가 선정됐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치료법을 제공하는 클리닉을 모티브로 한 서사는 심사위원회의 “아이러니와 멜랑콜리가 가득한 빛나는 소설”이라는 평이 뒤따랐다.

반면 기대를 모았던 천명관 작가의 장편 ‘고래’는 아쉽게 부커상 수상에는 실패했다. 지난 2004년 출간 당시부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고래’는 지금까지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다. 작가는 설화적 시공간을 토대로 금복과 춘희, 노파라는 세 여성의 폭풍 같은 삶을 다채롭게 풀어낸다. 특히 거친 입담과 농밀한 서사, 배면에 드리워진 해학과 풍자는 소설 미학의 정수를 보여 준다.

우리나라 작가의 첫 부커상 수상작은 지난 2016년 한강의 ‘채식주의자’였다. 당시 데버라 스미스라는 번역가가 번역을 맡아 한국 문학의 세계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특히 한강은 2018년 다른 소설 ‘흰’으로 최종 후보에 오르며 다시 한번 역량을 입증했다. 지난해에는 정보라의 ‘저주토끼’가 최종 후보에 올라 한국 문학이 더 이상 변방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 줬다.

K팝, K드라마, K영화 등 K컬처 바람에 이제는 K문학도 당당히 한몫을 한다. 우리 작가들의 부커상 수상과 선전은 문학이 K컬처의 한 축으로 당당하게 자리했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우리만의 서사를 어떻게 세계인의 감성에 부합하게 엮고 번역하느냐의 문제이다. 이야기라는 ‘구슬’은 차고 넘친다. 하루빨리 그것을 꿰어 낼 ‘장인’이 나오길 기대한다.

/박성천 문화부장·편집국 부국장 s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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