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훈 장학회’ 김순희 “아들 떠난지 20년…모든 이의 가슴에 남아 있겠죠”
아들·딸 교통사고 보상금으로 20년째 장학금
아들·딸 흔적 남기고 싶어 보상금 1억원 광주동신고에 기부
친척·친구·교사도 동참…올해 3명 등 20년간 106명 장학금
아들·딸 흔적 남기고 싶어 보상금 1억원 광주동신고에 기부
친척·친구·교사도 동참…올해 3명 등 20년간 106명 장학금
![]() ‘정영훈 장학금’을 받은 광주동신고 학생들이 김순희(가운데)씨, 오현수 교감(왼쪽 첫번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영훈 장학회 제공> |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20년이 지났네요. 이젠 저에게 106명의 새로운 아들들이 생겼습니다.”
광주동신고등학교에서는 매년 특별한 장학금 수여 행사가 열린다. 2003년 시작된 ‘정영훈 장학회’다. 지금까지 모두 160명의 학생들에게 4000여만원의 장학금이 전달됐다.
정영훈 장학회 발족의 뒤편에는 슬픈 사연이 자리한다.
지난 2002년 전남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이던 정영훈씨는 한 살 터울 누나와 운전면허시험장에 다녀오던 길에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로 천금같은 남매를 떠나보낸 어머니 김순희(70)씨는 아직 채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남매를 떠올릴 때마다 실의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아들 딸을 한꺼번에 잃고 도저히 광주에서는 살 수 없을 것 같아 대전으로 이사했습니다. 그런데 8개월 만에 다시 광주로 돌아왔어요. 우리 아이들이 엄마가 시름과 아픔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 다시 몸과 마음을 추스렸습니다.”
김씨는 자녀들이 세상을 떠났지만, 그들의 흔적만큼은 이 사회에 남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아들의 교통사고 보상금 전액인 1억 원을 정영훈씨의 모교인 광주동신고등학교에 기증했다.
“저희 부부는 영훈이 대학 입학 전까지 외식 한 번 하지 않을 정도로 검소하게 살았어요.”
당시 김순희씨는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었고 남편인 정해옥씨는 건설노동자로 일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형편도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김 씨 부부는 1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정영훈씨의 친구들은 물론 친척, 광주동신교 교사들도 동참해 장학회에 힘을 보탰다.
광주동신고 교사들은 직접 발 벗고 나서 장학회를 운영하며 20년째 장학회가 이어져 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11일에는 ‘정영훈 장학회’ 발족 20주년을 기념해 광주동신고 3명에게 150만원 장학금과 장학 증서를 수여했다.
이날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한 김씨는 “많은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감개무량하고 어려운 처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아들은 보이지 않지만, 모든 이의 기억과 가슴 속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래진 광주동신고 교장은 “20여 년 전 결정하신 고 정영훈 군 부모님의 뜻을 존중한다”며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던 영훈 군의 봉사 정신이 이 장학 사업을 통해 오롯이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광주동신고등학교에서는 매년 특별한 장학금 수여 행사가 열린다. 2003년 시작된 ‘정영훈 장학회’다. 지금까지 모두 160명의 학생들에게 4000여만원의 장학금이 전달됐다.
정영훈 장학회 발족의 뒤편에는 슬픈 사연이 자리한다.
“아들 딸을 한꺼번에 잃고 도저히 광주에서는 살 수 없을 것 같아 대전으로 이사했습니다. 그런데 8개월 만에 다시 광주로 돌아왔어요. 우리 아이들이 엄마가 시름과 아픔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 다시 몸과 마음을 추스렸습니다.”
“저희 부부는 영훈이 대학 입학 전까지 외식 한 번 하지 않을 정도로 검소하게 살았어요.”
당시 김순희씨는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었고 남편인 정해옥씨는 건설노동자로 일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형편도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김 씨 부부는 1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정영훈씨의 친구들은 물론 친척, 광주동신교 교사들도 동참해 장학회에 힘을 보탰다.
광주동신고 교사들은 직접 발 벗고 나서 장학회를 운영하며 20년째 장학회가 이어져 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11일에는 ‘정영훈 장학회’ 발족 20주년을 기념해 광주동신고 3명에게 150만원 장학금과 장학 증서를 수여했다.
이날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한 김씨는 “많은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감개무량하고 어려운 처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아들은 보이지 않지만, 모든 이의 기억과 가슴 속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래진 광주동신고 교장은 “20여 년 전 결정하신 고 정영훈 군 부모님의 뜻을 존중한다”며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던 영훈 군의 봉사 정신이 이 장학 사업을 통해 오롯이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