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엄격함 내려놓은 사찰…MZ세대 “편안함에 힐링 절로~”
부처님 오신 날 맞아 순천 선암사 탬플스테이 해보니
휴대전화 압수 안하고 승려 식사법 따르지 않아도 되고
차담·새벽 예불·트레킹 등 다채…참여의무 없이 자유로워
코로나 이후 회복세 지난해 43만명 참여…연령층 낮아져
2023년 05월 29일(월) 20:35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순천시 승주읍 선암사에는 27일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부처님 오신날을 하루 앞둔 지난 26일 오후 3시께 순천 선암사에는 ‘템플스테이’(Temple stay)를 위해 찾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템플스테이는 도심 속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며칠동안 사찰에서 일상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한때 크게 유행했지만,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다소 주춤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끝난 올해 다시 사찰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MZ세대들의 특성 등을 고려해 템플스테이가 변화하고 있는 것도 발길을 끌게 하는 이유다.

광주일보 취재진이 하룻밤 묵은 선암사 대웅전 인근에 마련된 템플스테이 숙소도 힐링을 목적으로 찾은 이들로 가득했다.

이날 선암사 템플스테이는 ‘휴식형’으로 이뤄졌다. 산사에서 저렴한 비용(성인 1박 5만원)으로 짧게는 하루, 길게는 며칠간 묵으며 사찰 문화를 알아가고 힐링과 자아성찰 등 뜻 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은 과거와 같다.

하지만 ‘속세와의 단절’을 목적으로 휴대전화를 일시 압수하거나 발우공양(승려들이 식사하는 것)과 비슷하게 밥을 단무지로 닦아 먹는 등 비교적 엄격한 느낌의 과거 템플스테이와는 달리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변화 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젊은 층에게도 템플스테이가 인기라고 선암사 관계자가 귀띔해 줬다.

오후 3시께 템플스테이에 입실하면 가장 먼저 조끼와 긴 바지 형태의 회색의 템플복과 고무신을 지급받는다.

이후 숙소를 안내 받는다. 대웅전 인근에 마련된 템플스테이 숙소는 여성과 남성용으로 구분돼 있었다. 공간마다 1인실부터 5인실까지 다양하며 60세 이하 부부나 커플이 방문할 경우 각방을 써야 한다.

해설사와 함께 대웅전을 시작으로 절을 한 바퀴 돌며 합장 예절과 예불 방법, 식사 시 지켜야 할 예절 등 사찰 공부를 한다. 참가자들 모두 새롭게 배우는 사찰에 대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오후 5시부터는 적묵당(식당)에서 공양(식사)을 하고, 저녁 예불과 스님과의 차담(茶談)을 진행한다.

‘심검당’에서 이뤄지는 차담에서는 스님이 직접 차를 내려 참가자들에게 건네며 생활속 필요한 조언을 전한다. 이날 차담을 진행한 등명스님은 “무슨 일을 하던지 마음과 몸이 함께 해야 근심 걱정이 없다. 내키지 않는 일을 하면 몸이 따라주지 않기 마련”이라고 조언했다.

스님들이 밤 9시부터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오후 8시 30분 이후 숙소 밖으로 나갈 수 없지만 내부에서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다음날 일정은 새벽 3시 40분 새벽 예불로 시작된다. 절을 30번 넘게 해야 하는 강행군이지만 템플스테이에서만 체험해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라 이른 새벽부터 눈을 뜬 이들이 적지 않았다. 새벽 5시 50분부터 식사가 이뤄지고 오전에는 편백 숲 트레킹을 이어간다. 퇴실은 낮 12시다.

참가자는 이 프로그램을 모두 이수 할 필요가 없다. 이날도 한 참가자는 사찰의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참가자들의 호응도 좋았다. 일상에서 멀리 떠나온 산사에서 걱정 근심 없이 편안한 하루 보낼 수 있어 마음 속 체중이 가라앉는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같은 목소리다.

정읍에서 딸과 함께 템플스테이를 온 오정숙(여·54)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시설도 좋고 프로그램도 만족스러웠다. 절밥은 맛이 없을 거란 생각과 달리 반찬 가짓수도 많고 맛도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일상에서 조금 떨어져 공기 좋고 물소리, 새소리 들리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니 마음과 몸이 편안해진 느낌”이라고 웃어보였다.

울산에서 온 이대겸(42)씨는 1년에 두번정도 템플스테이를 하는데, 이날은 특별히 반차를 쓰고 연휴를 맞아 먼 길을 달려왔다.

이씨는 “마음이 힘들고 지칠 때 이렇게 템플스테이를 한다. 차담을 나누다보면 스님의 말씀을 통해 스스로를 돌이켜보게 된다”며 “방에 방음이 되지 않는데, 내 소음을 의식하다 보니 오히려 스스로의 행동거지를 의식하게 되고 차분하게 행동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전남 지역에서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는 사찰은 총 27곳으로, 전남이 24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템플스테이 참가자 수는 코로나19 당시인 2020년 23만여명, 2021년 25만여명이었지만 지난해 들어 43만여명으로 회복했다. 2002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템플스테이 누적 참가자 수는 644만여명이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