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원공 -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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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원공 -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2023년 05월 11일(목) 00:00
중국 문화와 사상의 원천은 기원전 770년부터 기원전 221년까지 549년간 춘추 전국 시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 왕조가 있었지만 130여 개의 제후국들이 난립했고, 춘추시대의 치열한 생존 경쟁을 거쳐 진·한·위·조·제·초·연 등으로 정리된 것이 기원전 403년이다. 전국 시대를 이끈 이들 제후를 ‘전국 7웅’이라 부르는데, 부국강병을 통해 약육강식의 시대를 주도하려 했다.

세력과 영토를 넓히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지금도 그렇지만 인재였다. 다양한 학문과 학파가 등장해 제자백가를 형성하고, 천하를 뒤흔들 수 있는 기재(奇才)들이 여기저기서 등장했다. 이들을 제 때 등용해 혜안, 지략, 계책 등을 검증하고 실천한 제후들은 곧 효과를 봤다. 전국 시대 말기인 기원전 356년 상앙을 기용한 후 진나라가 강대국으로 성장하며 중원을 넘보자 나머지 6국의 고민은 커졌다.

이때 등장한 소진은 합종책, 즉 6국이 뭉쳐 진나라에 대항하자는 방안을 내놓고 제후들을 설득해 6국의 재상에 올랐다. 이로 인해 15년간 진나라의 침입을 막아낼 수 있었지만, 진의 이간책과 반간계에 굳건했던 연대에도 틈이 벌어졌다. 소진과 같은 스승을 둔 장의가 진을 위해 6국 제후들을 설득, 진에 따르게 하는 연횡책을 관철시켰기 때문이다. 뒤를 이어 범수는 원교근공(遠交近攻), 즉 멀리 있는 제후와 가깝게 지내고, 가까이 있는 국가를 공략하는 방안을 내놔 통일의 기반을 닦게 했다.

비대해진 수도권과 이를 견제하려는 부산·울산·경남, 과거 패권을 되찾으려는 대구·경북, 수도권에 더 붙으려는 충청권의 틈바구니 속에서 광주·전남·전북은 오히려 더 작아지는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같은 뿌리를 가졌지만, 인구 감소와 정부 소외 정책 속에 각자의 이익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호 지켜야 할 원칙과 기준을 공유하면서 변수를 해소하고, 미래 지역 발전을 위해 결단해야 할 리더들이 자기 지역에만 매몰돼 호남 전체를 왜소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오래 가까이 있는 이웃과 강력한 일체가 돼 다른 광역권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내야 하는 근교원공(近交遠攻)이 간절히 필요한 시점이다.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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