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농민군 편지-윤영기 체육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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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 농민군 편지-윤영기 체육부 부국장
2023년 05월 07일(일) 22:00
현재 남아 있는 동학 농민 운동 문헌 대부분은 토벌에 나섰던 관군과 일본군이 작성했다. 동학 농민군이 쓴 편지는 그래서 더 각별하다. 한문과 한글로 쓴 편지 두 점이 국가 등록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지난 2021년 지정된 ‘동학 농민군 편지’는 유광화(劉光華, 1858∼1894) 선생이 1894년 11월께 동생 광팔(光八)에게 썼다. 동학 농민군이 전투 과정에서 한문으로 쓴 유일한 편지다. 양반가 자제였던 유 선생은 동학 농민군 지도부로 활약하며 군수물자를 조달하고 화순 전투 등에 참여했다. 그는 편지에서 “나라를 침략한 왜군(일본군)과 싸우고 있으니 군자금을 급히 보내 달라”며 결의를 다졌다.

2022년 문화재가 된 또 하나의 편지는 동학농민군이 남긴 유일한 한글본이다. 화순 도암면 출신인 한달문(韓達文, 1859∼1895) 선생은 ‘나주 동창 유기모 시굴점’(신북면 월평리)에서 격전을 벌이다 토벌대에 붙잡혔다. 접주급(동학 지방 조직의 책임자)으로 알려진 그는 1894년 12월 나주 감옥에서 어머니(쌍동댁·雙同宅)에게 편지를 보냈다.

‘출옥을 위해 뇌물로 사용할 300냥과 의복 등을 보내 달라’고 했다. 목숨을 담보로 거래하는 부패상을 엿보게 한다. 한 선생 가족이 300냥을 마련했는지 명확하지 않으나 그는 이듬해 4월 출소해 고문 후유증으로 숨졌다고 한다. 1994년 2월 16일자 광주일보(‘東學자료 잇단 발굴 농민革命史 재조명 轉機’)에 소개된 한 선생의 편지에는 19세기 말 우리 지역 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업신이(없으니), 깊피(급히), 직시(즉시), 고상(고생) 등이다.

최근 동학 혁명군 편지를 포함한 진압군 공문서와 보고서, 증언 등 185건이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권고 판정을 받았다. 동학 농민 혁명 기록물은 4·19 혁명 기록물과 함께 오는 10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의 최종 등재 승인을 앞두고 있다. 오는 11일은 제129주년 동학 농민 혁명 기념일이다. 농민군이 관군과 싸워 첫 승리를 거둔 황토현 전승일이다. 뜻깊은 동학 혁명 기념일에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소식이 들려왔으면 좋겠다.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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