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의 맛 찾으니…경제, 살맛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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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의 맛 찾으니…경제, 살맛 난다
사찰음식 등 지역특화음식 개발
관광 수요·지역 소득 연계
지난해 ‘가을꽃축제’ 음식점 4억 매출
‘장성 5대 맛거리’ 조성 조례 제정
국립남도음식진흥원 유치 노력도
2023년 05월 07일(일) 18:50
김한종(오른쪽) 장성군수와 정관(가운데) 스님이 사찰음식 연구를 위해 백양사를 찾은 르꼬르동블루의 에릭 브리파 학과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장성군 제공>
‘음식’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루기 위한 장성군의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군은 최근 ‘장성군 음식특화거리 조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해 민선 8기 공약사업인 ‘5대 맛거리’ 조성 근거를 마련했다. ‘5대 맛거리’는 관광수요를 지역 소득과 연계하는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국립남도음식진흥원 유치 추진도 활발하다. 음식문화의 가치를 높여 남도 음식 중심지로 발돋움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음식을 콘텐츠로 경쟁력 입증 … ‘장성 5대 맛거리 조성’ 탄력

장성은 관광지가 유명하다. 백양사와 백암산, 축령산 편백숲, 장성호 수변길, 황룡강 등 사계절 아름다운 명소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모은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녔으니 먹거리 역시 뛰어날 수밖에 없다. 사과, 감, 샤인머스캣 등 ‘명품’으로 꼽히는 농특산물이 많다.

하지만 양질의 식재료가 풍성한 데 반해 장성을 대표하는 음식은 쉽게 생각나지 않는다. 지난해 7월 출범한 민선 8기 장성군은 이 지점을 깊게 파고들기로 했다. ‘장성’ 하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음식 메뉴를 개발해 관광객들의 지역 내 소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가을꽃축제에서는 축제장 중앙에 음식테이블을 마련해 호응을 얻었다. <장성군 제공>
장성군의 음식이 어느 정도 경쟁력을 지녔는지 알아볼 수 있는 이벤트가 지난해 있었다. 3년 만에 열린 ‘장성 황룡강 가을꽃축제’가 그 시험무대였다. 장성 맛집이 총출동했다고 할 정도로 ‘맛’에 자신 있는 향토식당들이 대거 참여했으며 음식 가격 또한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으로 맞췄다.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을 축제장 중심부에 마련해 축제와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삼박자’가 보기 좋게 적중해 축제기간 중 향토식당 총매출 합계는 4억1000만원대에 육박하는 등 대박을 냈다.

가을꽃축제 성과는 장성군 입장에선 시사하는 바가 매우 컸다. 소비자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즐길거리를 갖췄을 때, 장성 음식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이는 장성군이 ‘다음 단계’로 빠르게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장성의 맛’을 찾는 군의 여정은 크게 둘로 나뉜다. ‘장성 5대 맛거리 조성’과 ‘국립남도음식진흥원 유치’가 그것이다. ‘5대 맛거리 조성’은 장성 대표 음식 명소를 만드는 사업이다. 2026년까지 사업비 100억원을 투입해 맛거리를 조성하게 된다. 장어정식거리로 알려진 기존 장성호 하류 미락단지를 포함해 총 5개소를 지정한다.

지난달 6일 군은 ‘5대 맛거리 조성을 위한 타당성 분석 및 활성화 방안 용역 착수보고회’를 열어 사업 추진의 첫발을 디뎠다.

기본환경 분석 및 국내외 외식관광 경향 조사와 관련자 및 소비자 종합의견 수렴, 5대 맛거리 후보지 조사 및 타당성 분석, 연차·단계별 맛거리 조성 및 활성화 전략 수립이 용역의 핵심 과업이다.

군은 먼저 조례 제정을 속도감 있게 마쳤다. 장성군 음식특화거리의 조성과 목적, 정의, 절차, 요건 등을 담아 특화거리 지정 및 지원의 근거를 세웠다.

지난해 장성군 ‘가을꽃축제’ 행사장에서 운영된 향토식당.<장성군 제공>
◇ 맛의 본고장 부상 국립남도음식진흥원 유치 준비도 ‘착착’

국립남도음식진흥원은 우리나라 음식문화를 발굴, 보존, 연구, 개발하는 국가기관이다. 관련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기록물 전시공간도 구축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게 된다.

장성군이 국립남도음식진흥원 설립지역으로 첫손에 꼽히는 이유는 탁월한 입지조건에 있다. 서울, 수도권 여행객들에게 장성군은 ‘맛의 고장’ 전남이 시작되는 곳이다. 철도와 고속도로가 지나다 보니 광주, 전남권 어디를 향하든 장성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장성역에 KTX가 경유해 접근성도 뛰어나다. 광주·전남권에서도 장성은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뻗어 나가는 ‘관문’에 해당한다. 전남도를 넘어 대한민국 음식 ‘K-푸드’의 우수성을 알리고 체험하기에 적합하다.

아직 추진 준비단계로 지금은 내부적인 검토와 조사,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함께 장성군만의 특화된 음식을 개발하기 위해 전문가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머리를 맞대며 연구 중이다. 이중 현재까지 첫손에 꼽히는 메뉴는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된 백양사 ‘사찰음식’이다.

장성군은 지난해 11월 남도음식을 주제로 라운드 테이블 회의를 가졌다. 분야별 전문가들과 지역민, 언론인, 장성군의회 의원 등 30여명이 원형 탁자에 모여앉아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본 남도음식의 장점과 보완할 부분, 발전 방향이 제시되는 가운데 ‘사찰음식의 대가’ 정관 스님의 발언이 시선을 끌었다.

수많은 외국 방문객에게 사찰음식을 소개하고 있는 정관 스님은 “해외에선 한국의 발효음식, 특히 비건(완전 채식주의) 김치와 사찰음식에 관심이 높다”면서 “고품질 농산물이 생산되는 장성군은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자질을 충분히 갖췄다”고 덧붙였다.

백양사 사찰음식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은 ‘현재진행형’이다. 주한 유럽연합 대사단, 프랑스 요리 전문학교 ‘르꼬르동블루’ 에릭 브리파 학과장 등 공식 방문 행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르꼬르동블루는 일찌감치 채식전문과정에 사찰음식 강좌를 포함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찰음식의 호평과 그간의 연구, 사례분석을 바탕으로 군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미식관광 활성화’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남도(향토)음식진흥계획 수립 ▲음식자원 문헌조사 ▲로컬푸드 레스토랑 신축 ▲쿠킹클래스 운영 ▲슬로푸드 ‘맛의 방주’ 등재를 추진하는 ‘남도음식진흥사업’을 시행한다. 이를 통해 국립남도음식진흥원 유치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맛의 방주’는 소멸 위기에 처한 식재료를 지키는 세계적인 운동으로, 국내에선 92개 품목이 등재되어 있다.

김한종 장성군수는 “전남도는 ‘맛의 본고장’임에도 그 가치가 저평가된 것이 사실”이라며 “남도 음식을 국가 음식 브랜드로 확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으며 5대 맛거리 조성, 특화메뉴 개발을 통해 ‘맛의 도시 장성’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장성=김용호 기자 yongho@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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