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책방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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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책방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3년 05월 04일(목) 00:00
서점을 찾을 때면 가끔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의외의 책들을 발견하곤 한다. 인기 있는 드라마나 영화의 원작이 새삼스레 다시 각광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때론 주인공이 극 중에서 ‘잠시’ 읽은 책이 화제가 돼 역주행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BTS 등 연예인들이 읽은 책이 순위를 차지하기도 한다.

‘애독가’로 알려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부터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소개했고, 퇴임 후에도 함께 읽기를 권해 왔다. 올해 추천한 첫 책은 ‘나무 수업: 따로 또 같이 살기를 배우다’였고, ‘이상한 정상 가족’ ‘쇳밥일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등 그의 추천 도서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늘 책과 함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기에, 문 전 대통령이 서점을 열었다는 소식이 놀랍지만은 않았다. 지난달 26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 문을 연 ‘평산책방’은 사저 옆 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공간으로, 책방과 그가 소장한 1000여 권의 책이 진열된 ‘평산도서관’이 함께 들어섰다.

대통령의 책방에 발길이 이어지는 모양이다. 일주일 동안 1만여 명이 다녀갔고 5582권이 판매됐다고 한다. 첫 행사로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쓴 정지아 작가와의 만남이 열렸는데, 이 소설 역시 그의 추천 도서였다. 책방 수익은 전액 ‘재단법인 평산책방’에 귀속되고 이익이 남으면 평산마을을 위한 사업과 책 보내기 등 공익 활동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책방 로고는 이철수 판화가 작품이다. ‘집이 있고 책이 있는 공간’을 형상화한 로고는 “사람인(人)이라 해도 좋고, 사람의 ‘ㅅ’ 이래도 좋을 지붕 아래, 책들이 서고 눕고 깃들어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책의 힘을 믿습니다. 책은 더디더라도 세상을 바꿔 나간다고 믿습니다’. 책 봉투에 적힌 글귀처럼, 책을 통해 세상이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변화하고, 그 변화를 견인하는 책을 판매하는 크고 작은 동네 책방과 서점들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 좋겠다.

평범한 ‘책방지기’가 된 전직 대통령의 사진과 영상을 접하며 퇴임 후 고향에서 조용히 농사 지으며 살고 싶어했던, 그의 오랜 친구이자 ‘또 다른’ 전직 대통령이었던 이의 모습이 불현듯 떠오르는 날이다.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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