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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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 외교
2023년 04월 26일(수) 00:00
영화 ‘남한산성’은 조선시대 청나라 침략이 있었던 병자호란이 시대적 배경이다. 영화는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청과의 화친을 통해 후일을 도모하려 하는 주화파와 청에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를 지키고자 하는 척화파의 날카로운 논쟁과 갈등이 백미다. 이들 주장의 옳고 그름을 넘어서 ‘무엇이 지금 백성을 위한 선택인가’에 대한 고민과 화두를 던졌다는 게 이 영화에 대한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이 시작됐다. 대통령실은 이번 방미 의미를 한미 동맹 확대에 맞추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선 확장 억제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앞선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강제 징용 제3자 변제’ ‘화이트 리스트 국가 복원’ 등 사실상 일본에 ‘퍼주기 외교’만 하고 한국은 정작 얻은 것이 없었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는 강제 동원 같은 일본 정부의 잘못은 가리고, 독도 영유권 주장은 한층 더 노골적이다. 특히 우리 정부가 일본을 수출 우대 국가 목록,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에 다시 포함했지만, 일본은 우리나라를 화이트 리스트 국가로 복원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신중론을 펴고 있어 국민들을 더욱 화나게 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윤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최근 2년 간 미국에 1000억 달러 이상의 신규 투자를 했지만, 우리나라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불이익을 받고 있고, 국내 반도체 산업도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전쟁으로 인해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는 윤 대통령이 이번 방미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그래야 윤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실리 외교’가 성공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러시아, 서방 국가 간의 대립이 이어지는 신냉전 시대가 도래한 지금, 우리나라 외교 정책도 영화 남한산성이 던졌던 ‘무엇이 지금 백성을 위한 선택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권일 정치부 부국장 c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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