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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지성의 시간 - 임동욱 선임기자 겸 이사
2023년 03월 28일(화) 00:15
현역 국회의원 전원이 선거제도 개편을 놓고 조만간 난상 토론에 나설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여야는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원위원회 구성의 건을 의결한 뒤 대여섯 차례 난상 토의를 통해 선거제 개편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전원위원회 개최는 지난 2003~2004년 ‘이라크 전쟁 파견 및 파견 연장’ 논의 이후 19년 만이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지난 22일 의원 정수의 현행 유지를 전제로 선거제도 개편 결의안을 의결한 바 있다. 전원위 상정 안건은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등 세 가지다. 여야는 전원위에서 도출된 단일 개편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원위가 개최된다 해도 기존 선거 제도의 틀이 크게 변할 것 같지는 않다. 여야와 현역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위성 정당 방지 등 연동형 비례제도를 손보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를 위한 과감한 변화를 택하는 집단 지성보다는 현재에 안주하는 집단 이기주의가 우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야는 ‘국민 정서’를 변명으로 제시할 것이다. 선거제 개편을 위해서는 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국민 정서에 반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적대적 공생 관계로 인한 소모적 정쟁 구도는 물론 특정 정당의 영호남 독점 구도 등의 완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소선구제 등 현재의 선거제도는 1988년(13대 국회) 이후 30년 이상 큰 틀에서 유지됐다. 민주화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었지만 그동안 쌓인 정치적 폐해도 만만치 않다. 승자 독식의 정치 문화는 물론 지역과 진영의 대립을 부추기고 여야 간의 정쟁 구도를 고착화시켰다는 평가다. 현재의 선거 제도가 정치 발전을 막고 미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다변화된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보다 과감한 선거 제도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적 기득권에 묶여 선거 제도 개편은 개헌보다 어렵다는 말도 있지만 21대 국회의원들이 국민과 시대를 위한 집단 지성을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이사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