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동냥 같은 돈 안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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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동냥 같은 돈 안 받아”
일제 강제동원 피해 당사자
외교부 ‘제3자 변제안’ 거부
2023년 03월 06일(월) 20:15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93)할머니가 6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제시한 해법안 철회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가해자인 전범기업이 주는 돈이 아닌 피해국이 스스로 마련한 동냥 같은 돈은 받지 않겠다.”

일제강제동원 피해 당사자인 양금덕(93) 할머니가 6일 외교부가 해결책으로 내놓은 ‘제3자 변제’안에 대해 강력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

양 할머니는 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44년, 돈을 많이 벌 수 있고 학교도 갈 수 있다는 교장 선생님 말을 철썩 같이 믿고 일본으로 건너가 나고야 미쓰비시중공업 항공기 제작소에서 학교는 커녕 돈도 받지 못하고 가혹한 노동에 시달렸다.

해방 후 그토록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또 다른 멸시의 손가락질을 받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일본의 사과를 받기 위해 노력했으나, 아직도 가해국과 기업으로부터 사과 한마디, 배상 한 푼 받지 못했다. 지난 2018년 대법원의 승소 판결로 모든 게 해결 될 줄 알았지만, 5년이 지난 올해 정부가 오히려 가해자를 빼고 재단을 꾸려 돈을 마련해 배상하겠다는 해법안을 내놓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양 할머니는 6일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나는 정부에서 준다는 돈 없이도 밥 굶지 않을 수 있고, 돌봐줄 이들도 많다”면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국이 주는 배상금은 단 한 푼도 받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번 외교부 결정을 승낙한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의 대통령인지 일본의 총리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며 “대통령은 당장 옷 벗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해결안 결정에 있어 충분한 대화를 시도했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충분한 대화와 소통이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고 무례했으며 진정성을 느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양 할머니는 “사과 한마디도 받지 못한 채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살아있는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모두를 대신한다는 마음으로, 국민 모두가 함께해 주시는데 감사함을 느끼며 힘을 내고 있다”며 “앞으로도 일본 기업의 사과와 배상을 위해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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