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 뇌 과학자의 ‘행복론’- 송기동 예향부장·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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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 뇌 과학자의 ‘행복론’- 송기동 예향부장·편집국 부국장
2023년 02월 22일(수) 00:45
“박사님의 세대가 부럽습니다. 가난이 무엇인지 아는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이시형 박사(㈔세로토닌문화원장)를 인터뷰하며 들은 일화다. 고(故) 최인호(1935~2013) 작가가 이 박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유는 ‘명색이 작가인데 배가 고파보지 않고서 어떻게 삶의 바닥을, 진정한 속내를 담은 글을 쓸 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국민 건강 멘토’ ‘국민 주치의’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 이 박사는 ‘사회 정신 의학’을 전공한 정신과 의사이자 뇌 과학자이다. 일제강점기인 1934년 태어났으니 올해로 만 89세이다. 그럼에도 나이가 무색할 만큼 글쓰기와 대중 강연, NGO 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반세기는 엔도르핀의 시대”

이 박사는 2021년 펴낸 ‘행복도 배워야 합니다’(특별한서재)에서 지난 반세기 산업화 시대를 뇌 과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과거 산업화 시대는 “공격적인 노르아드레날린, 그리고 성공하는 날의 환희, 도파민과 엔도르핀의 시대였다”면서 “세로토닌, 옥시토시, 도파민 등 행복 긍정 물질은 고갈되고 대신 폭력적, 충동적인 공격 호르몬 노르아드레날린이 득세하는 불균형 상태가 되어 버렸다”고 강조한다.

또한 같은 책에서 현재의 사회문제 원인 역시 ‘행복 긍정 물질’의 고갈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가끔 사회를 깜짝 놀라게 하는 대형 사건들, 보복 운전, 묻지마 살인, 우발적 방화 사건 등은 모두가 세로토닌 부족으로 조절력이 발동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

그래서 이 박사는 이제 ‘엔도르핀의 시대’에서 ‘세로토닌의 시대’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소한 개념인 ‘세로토닌’(Serotonin)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사람의 공격성과 성욕, 식욕, 통증 등을 조절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는 250만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구한 시간 동안 인간의 뇌는 커지고 진화를 거듭했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인간의 자율신경계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고 한다. 흙을 만지거나 숲에서 쉴 때 편안한 느낌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박사는 ‘변연계 공명’이라는 용어로 설명을 했다.

“인간 뇌는 3층으로 돼 있습니다. 인간에게만 발달한 ‘대뇌 신피질’, 감정을 취급하는 ‘대뇌 변연계’, 운동을 담당하는 ‘뇌간’이 있습니다. 인류 역사 대부분의 시간을 자연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사람 몸은 자연과 함께할 때 가장 편안하도록 진화했습니다. 자연 속에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상태를 ‘변연계 공명’이라고 부릅니다.”



“인간은 자연 속에서 가장 편안해”

이 박사는 현재 세로토닌 문화운동을 펼치고 있다. 과거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엔도르핀’이 아닌 행복 긍정 물질 ‘세로토닌’ 활성화를 통해 한국사회를 바꿔보자는 NGO 운동이다. 뇌과학을 인정하면 이후 세로토닌은 일상 생활 속에서 쉽사리 함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햇빛을 받으며 걷기, 북을 두드리는 행위, 스킨십, 명상과 같은 것이다. ㈔세로토닌문화가 중학교에 모듬북을 기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을 두드리는 행위 만으로도 ‘중2병’으로 대표되는 10대 청소년들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교육 현장의 평가를 받고 있다.

구순의 뇌 과학자는 행복을 느끼는 상황을 목표가 달성됐을 때 느끼는 ‘도파민성 행복’, 감사를 베풀 때 느끼는 ‘옥시토신성 행복’, 좋은 사람과 함께 여행을 떠날 때처럼 마음이 편안해지는 ‘세로토닌성 행복’, 행복에 관여하는 모든 물질이 동원되는 ‘복합성 행복’ 등 네 가지로 나눈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무한 경쟁이라는 쳇바퀴를 돌리고 있다. 또 자신이 속한 조직은 무조건 옳고, 상대 조직은 무조건적으로 배척하는 진영 논리와 이분법적 사고로 잠잠할 새가 없다. 행복 긍정 물질인 세로토닌 활성화를 통해 한국 사회를 개조하겠다는 구순 뇌 과학자의 ‘세로토닌’ 행복론에 마음이 닿는다. 그의 바람은 오로지 한 가지다.

“도파민의 욕심, 노르아드레날린의 공격성, 엔도르핀의 환희 등 격정적 심성을 자제할 수 있는 세로토닌적 삶을 살아야 한다.”

이제 엔도르핀(도파민)이 넘쳐나는 격정적 시대를 뛰어넘어 세로토닌 시대로 바뀌어야 한다.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세로토닌적인 삶은 ‘나’의 뇌에서 비롯된다.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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