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동원 해법 외교 노력 성공하려면- 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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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국민훈장 서훈 취소 소동이 논란이 되고 있다. 양 할머니는 지난 9일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국가인권위원회부터 대한민국 인권상과 함께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을 계획이었는데 행사 사흘 전 갑자기 취소 통보를 받았다. 난데없는 서훈 취소 배경에는 외교부가 있었다.
외교부가 ‘사전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제동을 걸었고 결국 서훈 안건은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외교부는 서훈에 제동을 건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절차상 문제를 제기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외교부는 인권상 수여의 관계 부처도 아니고 상훈법 어디에도 사전에 외교부와 협의하라는 내용은 없다.
일본 설득에 외교력 쏟는 게 우선
외교부의 처사에 대해 ‘일본 눈치 보기 외교’라며 반발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소송을 지원해온 (사)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은 지난 11일 정부를 대신해 ‘우리들의 인권상’을 만들어 양 할머니에게 전달했다. 이튿날인 12일에는 지난해 대한민국 인권상을 받았던 광주지역 교육시민단체인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 모임’이 양 할머니의 수상이 무산될 경우 인권상을 반납하겠다고 나섰다.
13일에는 일본 나고야에서 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해온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를 비롯한 일본인들이 광주를 방문해 한국 정부의 처사에 반발하면서 광주에서 추진 중인 ‘일제강제동원 시민역사관’ 건립 기금으로 100만 엔을 쾌척했다.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는 한일 정부의 최대 외교 현안이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과 동시에 이 문제 해결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난제를 조기 해결해 막힌 한일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경제 활력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해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
우선 가해자를 설득하기보다 피해자를 설득하려는 접근 자세부터가 틀렸다. 근로 정신대를 운영해 무고한 조선인들을 강제 노역시키고 한 푼도 주지않은 일본 기업과 일본 정부는 가만히 있는데 우리 정부가 몸이 달아 피해자를 설득시키려니 해결될 리가 없다. 윤 대통령이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고 박진 외교부장관이 일본을 방문해 해법을 찾으려고 했지만 일본 측은 해법은 한국 측이 제시하라며 팔짱만 끼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 보니 한국 정부가 별도 기금을 만들어 배상하는 방안을 만들어 놓고 피해자들을 설득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꾸준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피해자들이 30년간 줄기차게 요구하는 있는 것은 강제 노역을 시킨 미쓰비시 등 일본 전범 기업들의 진정 어린 사과다. 어떤 피해가 발생했을 때 해법은 피해자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가해자가 사과하는 것이다. 강제 동원 피해자들은 수백 번 사과하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지금 우리 정부가 할 일은 가해자인 일본 측 설득에 외교 역량을 쏟는 것이다.
진정성 보여 피해자 불신 해소해야
피해자를 설득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은 정부의 설득에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 정부는 윤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민관협의회를 가동하면서 해법 마련에 나서는가 싶더니 중간에 외교부 명의로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해 피해자들이 신청한 미쓰비시 국내 자산에 대한 매각 명령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니 피해자들이 정부를 불신하는 것은 당연하다.
피해자들은 정부가 여론 수렴을 이유로 자신들을 만나는 것도 명분 쌓기용이 아닌가라며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며칠 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광주를 방문해 피해자들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는데 방문 계획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두고 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은 정부가 언론 플레이를 한다고 강하게 유감을 표시했다.
피해자들은 정부가 강제 동원 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했다는 것을 일부러 알린 뒤 어느 시점에서 자신들의 계획대로 이 문제를 풀어 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강제 동원 해법을 위한 정부의 외교 노력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피해자들의 불신부터 해소해야 한다. 출처는 상관없고 돈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사고방식. 소수는 희생해도 된다는 논리로는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철저하게 국민의 입장에서 해법을 찾는 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다.
/bungy@kwangju.co.kr
일본 설득에 외교력 쏟는 게 우선
외교부의 처사에 대해 ‘일본 눈치 보기 외교’라며 반발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소송을 지원해온 (사)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은 지난 11일 정부를 대신해 ‘우리들의 인권상’을 만들어 양 할머니에게 전달했다. 이튿날인 12일에는 지난해 대한민국 인권상을 받았던 광주지역 교육시민단체인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 모임’이 양 할머니의 수상이 무산될 경우 인권상을 반납하겠다고 나섰다.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는 한일 정부의 최대 외교 현안이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과 동시에 이 문제 해결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난제를 조기 해결해 막힌 한일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경제 활력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해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
우선 가해자를 설득하기보다 피해자를 설득하려는 접근 자세부터가 틀렸다. 근로 정신대를 운영해 무고한 조선인들을 강제 노역시키고 한 푼도 주지않은 일본 기업과 일본 정부는 가만히 있는데 우리 정부가 몸이 달아 피해자를 설득시키려니 해결될 리가 없다. 윤 대통령이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고 박진 외교부장관이 일본을 방문해 해법을 찾으려고 했지만 일본 측은 해법은 한국 측이 제시하라며 팔짱만 끼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 보니 한국 정부가 별도 기금을 만들어 배상하는 방안을 만들어 놓고 피해자들을 설득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꾸준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피해자들이 30년간 줄기차게 요구하는 있는 것은 강제 노역을 시킨 미쓰비시 등 일본 전범 기업들의 진정 어린 사과다. 어떤 피해가 발생했을 때 해법은 피해자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가해자가 사과하는 것이다. 강제 동원 피해자들은 수백 번 사과하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지금 우리 정부가 할 일은 가해자인 일본 측 설득에 외교 역량을 쏟는 것이다.
진정성 보여 피해자 불신 해소해야
피해자를 설득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은 정부의 설득에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 정부는 윤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민관협의회를 가동하면서 해법 마련에 나서는가 싶더니 중간에 외교부 명의로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해 피해자들이 신청한 미쓰비시 국내 자산에 대한 매각 명령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니 피해자들이 정부를 불신하는 것은 당연하다.
피해자들은 정부가 여론 수렴을 이유로 자신들을 만나는 것도 명분 쌓기용이 아닌가라며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며칠 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광주를 방문해 피해자들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는데 방문 계획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두고 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은 정부가 언론 플레이를 한다고 강하게 유감을 표시했다.
피해자들은 정부가 강제 동원 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했다는 것을 일부러 알린 뒤 어느 시점에서 자신들의 계획대로 이 문제를 풀어 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강제 동원 해법을 위한 정부의 외교 노력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피해자들의 불신부터 해소해야 한다. 출처는 상관없고 돈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사고방식. 소수는 희생해도 된다는 논리로는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철저하게 국민의 입장에서 해법을 찾는 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다.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