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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 24·교보문고 올해의 베스트셀러] 고단한 현실 위로 ‘위안’…불황에 투자서 외면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불편한 편의점’… 키워드는 ‘낭중지추’
‘베스트셀러 톱10’에 소설 절반 차지…경제·경영서 판매 저조
2022년 12월 05일(월) 19:40
“ 내 주변 어딘가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을 것만 같은 이야기”, “코로나 시국을 이 책 덕분에 잘 건너가고 있는 것 같다”, “편의점이라는 소재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니”

책을 읽은 독자들의 리뷰는 대동소이하다. 소설도 소설이지만 리뷰에 먼저 공감이 가는 것은 그만큼 작품이 주는 울림이 크다는 방증일 게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듯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은 공감을 준다. 소설이 본질적으로 허구의 산물이지만, 그러나 역설적으로 어떤 이야기도 현실의 토대를 벗어날 수는 없다. 사람살이를 다룬 서사가 어느 날 문득 하늘에서 뚝 떨어지거나, 기상천외한 상상으로만 구조화되는 경우는 없다. 소설을 정의할 때 곧잘 언급되는 ‘소설은 현실의 반영’이라는 명제에 부합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올해 독자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소설로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이 뽑혔다.

예스24와 교보문고가 발표한 올해의 베스트셀러 및 결산에 따르면 ‘불편한 편의점’은 1위에 올랐다.

이 같은 결과는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맞물린 대내외적인 요인이 크다. 현실의 고단함으로부터 잠시 벗어나고자 하는 심리가 소설 이야기에 투영된 것으로 경제가 어려울 때는 삶과 이웃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 인기를 끄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

특히 동네의 편의점을 모티브로 삶의 희로애락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불편한 편의점’은 친근함을 준다. 소설 속 편의점을 현실의 어느 동네에 옮겨놔도 충분히 일어날 법한 서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좋은 이야기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한 작품이다.

이밖에 한국소설은 올해 강세를 보였다. 예스24에 따르면 김영하가 9년 만에 펴낸 장편 ‘작별인사’, 영웅이 아닌 청년 안중근의 뜨거웠던 시간을 그린 김훈의 장편 ‘하얼빈’, 빨치산의 아버지가 헤쳐온 격랑의 역사를 그린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도 독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에는 환상적인 공간을 중심으로 한 ‘달러구트 꿈 백화점’,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등의 판타지 소설이 인기를 끌었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우리의 정서와 역사를 매개로 한 이야기들이 독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외국소설로는 ‘파친코’가 1위를 차지했다. 저자인 이민진 작가는 ‘한국 독자들에게’ 중에서 “내게 ‘한국인’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가치가 있는 이들이다. 나는 가능한 한 오래 한국인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시대에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자기계발서를 찾는 독자들도 늘었다. 예스24의 자기계발 분야 1, 2위는 ‘역행자’와 ‘웰싱킹’이 올랐다. 전자는 가난한 환경에서 부화 행복을 거머쥔 저자 자청의 인생 이야기를 담았으며 후자는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영국 상위 0.1% 부자가 된 켈리 최의 부에 대한 관점을 다뤘다.

영화와 드라마 대본집도 2030을 중심으로 선택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 오리지널 각본집 ‘헤어질 결심 각본’, 올 초 인기리 방영됐던 드라마 ‘그 해 우리는’ 대본집과 화제의 웹드라마 ‘시맨틱 에러’의 ‘시맨틱 에러 포토에세이’, ‘시맨틱 에러 대본집’이 마니아층으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교보문고가 선정한 올해의 키워드는 ‘낭중지추’(囊中之錐)로 집약된다. 세계 트렌드를 주도하는 한국 작가들의 저력을 확인하는 해라는 의미로, K컬처가 맹위를 떨치는 상황에서 기존에 주목받지 못한 작가의 작품이 베스트셀러를 차지했다는 점을 대변한다. 정보라 작가와 박상영 작가가 세계 3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맨부커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등 성과를 아우르는 의미이기도 하다.

교보문고의 종합 베스트셀러에는 상위권 10위에 소설이 모두 5종이 포함됐다. 100위 권 내에서도 27종을 가장 많아 ‘서사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해였다. 재테크 분야는 그다지 많은 선택을 받지 못했다. 시차를 두고 재테크 도서는 하락했으며 경제 경영 분야 종수는 지난해에 비해 급감했다.

인문 분야에서 시대의 지성 고(故) 이어령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 1위에 올랐다. 이어령 선생이 마지막으로 들려주는 삶과 죽음에 대한 지혜로운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줬다.

그림책 작가 이수지의 ‘여름이 온다’는 음악을 들으며 그림으로 느껴 보는 싱그러운 여름 이야기로 주목을 받았다. 책은 2022년 볼로냐 가치상 픽션부문을 수상해 화제가 됐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