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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압 줄여도 될까요” 가가호호 방문 물 절약 호소
‘가뭄 해결사’로 나선 광주상수도본부 수도검침원 동행해 보니
단독주택·상가 돌며 수압조절 권장
광주 62명이 13만 6천 여곳 담당
“힘들어도 물 사용 줄어들 때 보람”
시민 “물 절약하고 요금 줄어 뿌듯”
2022년 12월 04일(일) 21:00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 수도검침원 유제흥씨가 지난 2일 광주시 서구 유덕동의 한 단독주택에서 수압 조절 작업을 하고 있다.
“할머니 요즘 가뭄에 물이 없어 난리예요. 수압을 좀 줄여도 될까요”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 소속 수도검침원인 유제흥(50)씨가 지난 2일 수도검침을 하는 주택을 방문할 때 마다 내뱉는 말이다.

유례없는 심각한 가뭄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실질적인 물 절약 실천이 저조함에 따라 수도검침원들이 직접 가구를 돌며 주민들에게 수압조절을 권장하고 나선 것이다.

광주시는 5개 자치구와 함께 물 사용량 68%가 일반가정에서 사용된다는 점에서 지난달부터 수압조절을 통한 물 절약에 나섰다고 4일 밝혔다.

광주시 전체 세대 중 68.4%를 차지하는 공동주택(동구 2만 7049세대, 서구 8만 8425세대, 남구 6만 5560세대, 북구 13만 6703세대, 광산구 12만 9210세대)의 경우 행정동(동장)에서 직접 관리사무소를 방문 수압조정을 안내하면, 관리사무소가 희망세대에 직접 수압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중이다. 특히 통장들이 직접 나서 수압조정을 홍보하고 현황을 파악해 관리사무소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단독주택과 상가까지 모두 담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 소속 수도검침원들이 업무를 맡게 됐다.

양수기함에서 일률적으로 수압을 조절하면 노후한 수도관의 경우 누수나 파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세대별로 부엌, 욕실 등 개별 수압을 조정해야 하는 점도 검침원들이 직접 나선 이유다.

광주일보 취재진과 함께한 유씨는 지난 2일 이른 아침부터 광주시 서구 유덕동 일대의 단독주택 가구를 돌며 수압조정을 권유하고 응하는 세대에 대해 수압을 조절했다.

17년 경력인 유씨의 고유 업무는 수도검침과 고지서와 홍보물 전달이다. 하지만 극심한 가뭄에 지난달부터는 과외 업무로 세대를 찾아다니며 수압조정을 권유하고 있다.

그의 손에는 수도 사용량을 기록하는 기계가 쥐어져 있고 주머니에는 주민들에 전달할 고지서와 물 절약 동참 전단지로 꽉 차 있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유씨가 방문하는 집들은 대부분 비어 있어 고지서와 물절약 전단지를 끼우고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간혹 인기척이 들리면 일일이 초인종을 누르거나 문을 두드렸다.

유씨가 임순애(여·76)씨의 집을 방문해 수압조절을 권유하자 임씨는 바로 응했다. 유씨는 임씨의 방과 화장실에 있는 수도의 수압를 낮췄다. 물기가 가득한 화장실이었지만 수압을 조절하기 위해 바닥에 무릎을 대고 밸브를 조정했다.

임씨는 “최근 댐의 저수율이 낮다며 물 절약에 동참해달라는 광주시의 알림 메시지를 받아 가뭄이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오늘 때 마침 물 절약에 동참하게 돼 다행이다”고 웃어보였다.

임씨는 이어 “요즘 그렇게 비상이라던데 한명 한명이 아끼려는 의지가 중요한 것 같다”면서 “광주시민들이 똘똘 뭉쳐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먼저 수압을 조절한 최재석(60·서구 유덕동)씨는 유씨를 만나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최씨는 “10월 물 사용량이 18t이었는데 유씨 권유로 수압을 조절하니 11월 물 사용량이 절반 수준인 9t으로 줄었다”면서 “수도요금을 매월 2만원가량을 내다가 이번 달에 처음으로 1만원이 나왔다. 물 절약도 하고 요금도 아꼈다”고 환하게 웃었다.

유씨처럼 광주시내 단독주택과 상가를 돌며 수압조절을 홍보하고 권유하는 수도검침원은 총 62명(공무직 51명, 기간제 11명)이다.

이들이 맡은 검침 계량기는 13만 6715개로 1인당 2400개가 넘는다. 수도검침원들은 그날 자신이 목표한 숫자를 채우지 못하면 다음날 조기 출근과 야근을 하고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검침과 수압조절에 나서고 있다.

유씨는 “최근 한 직원이 코로나에 걸려 다른 직원들이 그 몫을 하면서 정말 힘들었다”면서 “함부로 아플수도 없지만, (내가)권유한 가정에서 수압조절로 물 사용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글·사진=민현기 기자 hyun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