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사회’의 명암-박성천 여론매체부 부국장
  전체메뉴
‘평점사회’의 명암-박성천 여론매체부 부국장
2022년 11월 28일(월) 00:30
현대사회를 일컬어 ‘평점 사회’라고 한다. 입시나 직무 평가 등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이른바 고전적인 평가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에는 일상을 떠난 가상의 공간에서도 평가가 이루어진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로는 시공간을 초월해 다양한 분야가 별점이나 점수 등으로 가치가 매겨진다.

평가 대상이나 항목 또한 무한대로 늘어나는 추세다. 정보나 사진, 영상 같은 뉴스나 시각적 자료에서부터 음식 배달이나 아르바이트 같은 서비스도 평가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특히 평점이나 평가는 공개되는 특성상 입소문을 타고 평판과 같은 여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오늘날 평점 사회는 스마트폰의 다양한 앱의 기능과 관련이 있다. ‘온라인 터미널’이나 다름없는 플랫폼은 우리의 일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광고와 마케팅 분야에서 처음 사용돼 일반화되다시피 한 ‘피지털’(phygital)이라는 용어도 사실은 플랫폼의 영향과 맞물려 있다. 오프라인의 실제 공간과 온라인의 사이버 공간을 뜻하는 피지털은 평가와 평점으로 일반화된 4차 산업사회의 특징을 보여준다.

지난 10월 우리 사회는 잠시 멈추는 경험을 했다. 경기도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주요 서비스가 먹통이 됐던 것이다. 스마트폰 가입자 대부분이 카카오톡에 가입돼 있는 상황에서 먹통 사태는 관련 앱과 연동된 메일이나 카카오페이 등의 서비스까지도 연쇄 차단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 같은 사태는 일시적인 불편을 넘어 플랫폼에 대한 ‘종속’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 주는 상징적인 예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저서 ‘디지털 폭식 사회’에서 플랫폼이 자원 교환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반면 어두운 면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경고한다. 그는 “이제 디지털 플랫폼은 우리 현실 속에 디지털 ‘독성’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우리는 디지털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 그것의 폭주와 폭식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언급한다. 인체와 마찬가지로 디지털의 폭식도 심각한 폐해를 가져온다는 의미다. 지나친 평점과 평가가 초래한 부작용의 산물이다.

/박성천 여론매체부 부국장 skypark@kwangju.co.kr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