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표 도서관-김미은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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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대표 도서관-김미은 문화부장
2022년 11월 17일(목) 01:00
세계적인 독서가 알베르토 망구엘의 책 ‘밤의 도서관’(세종서적 간)을 읽다 보면 끝없이 펼쳐지는 도서관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드는 기분이 든다. 신화, 공간, 정리, 상상, 정체성 등 열 다섯 가지 주제 아래 펼쳐지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망구엘은 ‘독서의 역사’라는 또 다른 책도 썼는데, 두 권 모두 도서관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껴 읽고 싶은 책이다.

망구엘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서점에서 일하던 그는 열 여섯 살 무렵, 세계적인 소설가이자 철학자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만난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눈먼 자들의 도시’의 저자 보르헤스는 당시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고 있었고, 망구엘은 그를 위해 책을 읽어 준다. 그와의 극적인 만남은 망구엘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보르헤스는 훗날 80만 권의 장서를 보유한 국립 아르헨티나 도서관장이 되지만, 시력을 완전히 상실해 한 권의 책도 읽지 못한다. 그는 “나는 항상 천국을 도서관과 같은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천국이란 단어를 들으면 정원을 생각할 테고, 어떤 사람은 대궐을 생각하겠지만요”(‘말하는 보르헤스’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논의가 시작된 광주 대표 도서관이 지난 14일 착공됐다. 상무지구 옛 소각장 자리에 들어서는 도서관은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로 현상 공모를 통해 세르비아 출신 건축가 브라니슬라프 레딕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확정했다. 2024년 완공 예정인 도서관은 총 516억 원이 투입되며 도서관과 문화시설 기능을 아우른다. 더불어 광산구 첫 시립도서관인 하남 시립도서관도 2023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요즘 도서관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아주 오래 전, 고(故) 정기용 건축가가 주축이 됐던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 결과물들을 찾아다녔던 즐거운 경험이 있다. 광주도 이제 근사한 도서관을 갖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망구엘의 ‘밤의 도서관’ 부제처럼 도서관은 ‘책과 영혼이 만나는 마법 같은 공간’이자 ‘마음껏 상상하고 꿈꿀 자유가 허락되는 곳’일지도 모른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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