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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하나 멈춰야 하나…우회전 여전히 헷갈려”
보행자 보호 의무 강화 ‘개정 도로교통법’ 한 달…북구 말바우사거리 가보니
10대 중 6대 ‘일시 정지’ 준수…가도 되는데 멈춘 차량 13%
“딱지 떼일까 무조건 멈춰” “법 취지 공감…제도 홍보 강화를”
2022년 08월 11일(목) 20:50
11일 오전 11시께 광주시 북구 말바우사거리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 택시가 보행자들이 건너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여전히 헷갈립니다.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우회전이 가능한데 앞차가 안 가니 답답해 죽겠습니다.”

보행자 보호 의무가 강화된 ‘개정 도로교통법’이 12일로 시행 한 달을 맞이하지만, 운전자들 다수는 우회전 관련 개정 법규가 여전히 혼란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나 버스 운전기사 등 비교적 운전이 능숙한 이들은 법규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밝히면서 가야 할 때 가지 않는 차량 때문에 정체가 빚어진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경찰을 향해 우회전 관련 제도 개선과 홍보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광주일보가 11일 오전 11~12시까지 한 시간 동안 광주시 북구 말바우사거리에서 우회전 차량을 지켜보니, 전체 130대 가운데 일시 정지를 준수한 차량은 85대(65.3%)였다. 멈추지 않고 우회전해야 하는데도 멈춰선 차량은 17대(13%)였다. 선행 차량이 움직이지 않다 보니 뒤에 있던 차량 4~5대가 움직이지 못하자 ‘빵빵’하는 경적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그때서야 맨 앞 차량이 움직였다.

반면 28대(21.5%)는 법규를 무시하고 우회전했다. 10대 중 2대 이상이 보행자 통행권 강화에 방점이 찍힌 개정 도로교통법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법규 위반 차량이 잇따르다 보니, 개정법 시행 한 달간 광주에서는 우회전 차량에 의한 보행자 교통사고가 이어졌다. 지난달 12일부터 이날까지 모두 27건이 발생해 1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장에서 만난 운전자들은 개정법 시행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제도 홍보는 강화해야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김민지(여·34) 씨는 “혹시나 딱지를 떼일까 봐 빨간불이든, 파란불이든 횡단보도 앞에서 멈추고 있다. 내가 우회전 차량 중에 제일 앞에 있을 땐 긴장이 많이 된다”고 했다. 최익환(51)씨도 “그냥 남들 따라서 적당히 한다”면서 “신문에서 그림으로 설명돼 있는 것을 본 적 있는데 너무 복잡하더라. 알기 쉽게 홍보를 강화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택시·버스 운전기사들은 홍보 강화와 함께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김재환(50)씨는 “가야 할 때 안 가고 가지 말아야 할 때 가는 운전자들이 많다”면서 “오히려 우회전하는 교차로에 우회전 전용 신호등을 설치하는 등 신호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0년째 택시를 모는 김운철(60)씨는 “이전과 달리 우회전할 때 차량이 정체되는 사례가 많다”며 “상무지구 ‘세정아울렛’ 사거리에서 우회전할 때, 직진 차량이 빠르게 와 바뀐 우회전 법으로 하면 우회전 차량이 많이 못 지나간다. 이런 곳은 신호 체계를 변경해서 안전하게 우회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 도로교통법은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 차량은 횡단보도 앞에서 일단 정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운전자는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 원과 벌점 10점이 부여되지만, 경찰은 현재 3개월의 유예기간을 적용하고 있다.

광주경찰청 김상엽 교통안전팀장은 “개정법은 보행자 안전에 방점이 찍혀있다. 운전자들은 헷갈릴 때 일단 두 가지를 명심하면 된다”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없고, 횡단보도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신호와 관계없이 서행으로 우회전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