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대선’의 희망-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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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통령 선거의 날이 밝았다. 대통령제를 선택한 민주주의 국가의 최대 축제인 대선이지만 분위기가 그리 밝지만은 않다. 대선 레이스가 미래 비전을 놓고 경쟁하기 보다는 서로 상대의 의혹만을 집중 부각시키는 막장의 흐름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창궐이라는 전대미문의 현실 속에서 5년 전의 촛불 정신은 실종됐고 미래 권력을 둘러싼 이전투구만 횡행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 최악의 대선이라는 평가와 함께 민심의 저변에는 대선 이후가 걱정된다는 기류도 강하다. 대선 정국에서의 갈등과 대립이 대선 이후에도 재현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감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큰 상황이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구도
지난 대선 레이스를 돌이켜보면 끔찍하다. 네거티브 공방의 연속이었다. ‘준비 안 된 후보’ ‘믿을 수 없는 후보’라는 힐난 정도는 기본이다. 서로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의 몸통이라며 막판까지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것도 모자라 가짜뉴스가 넘쳐나고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상대 진영을 향한 저주의 막말도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소가죽 엽기 굿판과 신천지 비호 의혹을 끌어들인 ‘주술 프레임’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몰아붙였다. 국민의힘에선 법인카드 부정 사용 의혹에 빗대어 이재명 민주당 후보 측을 ‘기생충 가족’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선동적 파시스트로 낙인찍었다.
‘내조 유세’로 한 몫을 해야 하는 양강 후보 배우자들은 각종 의혹에 휩싸이면서 대선 당일까지 아예 공식 석상에 나서지도 못했다. 퍼스트레이디가 될 배우자들이 그만큼 민심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래서야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 배우자가 퍼스트레이디로서의 공적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TV 토론도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상대에 대한 존중을 담은 넉넉한 인품과 준비된 정책적 비전보다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비난전만 난무했다. 양강 후보 모두 ‘통합의 대통령’을 내세웠지만 현실은 분열과 대립이 격돌했다. 윤 후보의 어퍼컷 세레모니와 이 후보의 발차기 퍼포먼스가 상대 진영에 위협적으로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선 완주를 강조했던 제3지대의 안철수 후보는 사전 투표 전날 갑작스레 윤 후보로의 단일화를 선언하는 ‘철수의 정치’를 다시 선보이며 민심을 뒤집어 놓기도 했다.
‘회색 코뿔소(gray rhino)’란 용어가 있다. 잠재적 위험을 간과하다가 위기에 빠지는 상황을 빗댄 말이다. 코뿔소는 3m가 넘는 길이에 2t이 넘는 육중한 무게를 자랑한다. 그러니 코뿔소가 다가온다면 누구나 땅의 울림을 듣고 느낄 수 있다. 대표적 회색 코뿔소의 사례로 위험 경고가 계속됐지만 이를 무시하다 파국을 맞은 지난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들 수 있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우리가 처한 상황은 결코 만만치 않다. 회색 코뿔소들이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고 있는 상황이다. 벌써 3년째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재난이 빈부의 깊은 골을 타고 온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은 가속화되고 있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지 오래다. 물가는 치솟고 금리도 덩달아 오르면서 민생 경제는 흔들리고 있다. 서민들은 코로나 19의 대확산에 각자도생을 강요받고 있는 현실이다.
투표로 통합의 미래 열어야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정세의 불안감이 커지고, 잇따르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또 기후 위기에 에너지와 식량 위기, 세계 경제 침체 조짐 등 엄청난 파고들이 밀려오고 있다. 하지만 네거티브 공세에 묻혀 좀처럼 불확실성의 시대를 극복할 정책들은 눈에 띠지 않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어 갈 리더를 선출하는 대선이 오히려 미래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번 대선은 개나리가 꽃망울을 머금는 3월 초순에 치러진다고 해서 ‘개나리 대선’이라 불리고 있다. 봄의 전도사인 개나리의 꽃말은 ‘희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4~5일 실시된 사전 투표 투표율은 36.93%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51.45%로 제일 높았고, 전북 48.63%, 광주 48.27%로 뒤를 이으면서 호남의 높은 정치 의식을 반영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결국 투표 참여가 주권을 지키는 길이다. 불신과 대립 구도를 넘어 역대급 투표율로 국민적 집단 지성이 만발해 민생과 미래, 통합과 포용의 봄을 열어가는 개나리 대선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지난 대선 레이스를 돌이켜보면 끔찍하다. 네거티브 공방의 연속이었다. ‘준비 안 된 후보’ ‘믿을 수 없는 후보’라는 힐난 정도는 기본이다. 서로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의 몸통이라며 막판까지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것도 모자라 가짜뉴스가 넘쳐나고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상대 진영을 향한 저주의 막말도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소가죽 엽기 굿판과 신천지 비호 의혹을 끌어들인 ‘주술 프레임’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몰아붙였다. 국민의힘에선 법인카드 부정 사용 의혹에 빗대어 이재명 민주당 후보 측을 ‘기생충 가족’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선동적 파시스트로 낙인찍었다.
TV 토론도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상대에 대한 존중을 담은 넉넉한 인품과 준비된 정책적 비전보다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비난전만 난무했다. 양강 후보 모두 ‘통합의 대통령’을 내세웠지만 현실은 분열과 대립이 격돌했다. 윤 후보의 어퍼컷 세레모니와 이 후보의 발차기 퍼포먼스가 상대 진영에 위협적으로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선 완주를 강조했던 제3지대의 안철수 후보는 사전 투표 전날 갑작스레 윤 후보로의 단일화를 선언하는 ‘철수의 정치’를 다시 선보이며 민심을 뒤집어 놓기도 했다.
‘회색 코뿔소(gray rhino)’란 용어가 있다. 잠재적 위험을 간과하다가 위기에 빠지는 상황을 빗댄 말이다. 코뿔소는 3m가 넘는 길이에 2t이 넘는 육중한 무게를 자랑한다. 그러니 코뿔소가 다가온다면 누구나 땅의 울림을 듣고 느낄 수 있다. 대표적 회색 코뿔소의 사례로 위험 경고가 계속됐지만 이를 무시하다 파국을 맞은 지난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들 수 있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우리가 처한 상황은 결코 만만치 않다. 회색 코뿔소들이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고 있는 상황이다. 벌써 3년째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재난이 빈부의 깊은 골을 타고 온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은 가속화되고 있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지 오래다. 물가는 치솟고 금리도 덩달아 오르면서 민생 경제는 흔들리고 있다. 서민들은 코로나 19의 대확산에 각자도생을 강요받고 있는 현실이다.
투표로 통합의 미래 열어야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정세의 불안감이 커지고, 잇따르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또 기후 위기에 에너지와 식량 위기, 세계 경제 침체 조짐 등 엄청난 파고들이 밀려오고 있다. 하지만 네거티브 공세에 묻혀 좀처럼 불확실성의 시대를 극복할 정책들은 눈에 띠지 않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어 갈 리더를 선출하는 대선이 오히려 미래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번 대선은 개나리가 꽃망울을 머금는 3월 초순에 치러진다고 해서 ‘개나리 대선’이라 불리고 있다. 봄의 전도사인 개나리의 꽃말은 ‘희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4~5일 실시된 사전 투표 투표율은 36.93%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51.45%로 제일 높았고, 전북 48.63%, 광주 48.27%로 뒤를 이으면서 호남의 높은 정치 의식을 반영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결국 투표 참여가 주권을 지키는 길이다. 불신과 대립 구도를 넘어 역대급 투표율로 국민적 집단 지성이 만발해 민생과 미래, 통합과 포용의 봄을 열어가는 개나리 대선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