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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따로 시공 따로’…안전대책, 현장선 무시했다
화정 아이파크 안전관리계획서·감리업무수행계획서 보니
저온 시 콘크리트 타설 중지·동바리 해체 등 규정 제대로 안지켜
대충대충 시공·무책임 감독 맞물리며 구조적인 문제점 드러나
서구청 지난해 3월 ‘동바리 지지상태 미흡 보완 바람’ 지적하기도
2022년 01월 23일(일) 20:35
23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 인근 거리에서 ‘붕괴 피해자 가족협의회’가 HDC 현대산업개발의 적극적인 수색·구조 협조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시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와 관련, ‘계획 따로, 현장 따로’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시공사와 감리업체의 안전관리계획서와 감리업무수행계획서가 공개됐다. 이들이 서구에 제출한 계획서에는 건설사의 대충대충 시공과 감독 기관의 무책임한 관리 감독이 맞물리면서 빚어지는 구조적 비리가 전혀 바뀌지 않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오섭(광주 북구 갑)의원이 23일 광주시 서구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화정아이파크 안전관리 계획서’(이하 안전관리 계획서)와 ‘감리업무 수행계획서’는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과 감리업체가 어떠한 안전조치를 취할 것인지, 공사 공정을 어떻게 관리·감독하면서 감리업무를 수행할 지에 대한 계획을 상세하게 담고 있다.

조오섭 국회의원이 공개한 화정동 아이파크 1·2단지 ‘감리업무수행계획서’ 일부. 감리가 시공 과정을 수시로 확인하고 일정 작업 뒤에는 검측, 승인을 거쳐 불합격하면 재시공토록 규정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측은 공사 착공 전인 지난 2019년 이같은 안전관리계획서를 서구에 제출했다.계획서에는 시설물별로 시공사측이 취하겠다는 세부안전계획을 꼼꼼히 적었다. 특히 이번 붕괴 참사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콘크리트 타설 계획 뿐 아니라 강구조물 공사, 건축설비 공사 계획에 대한 안전 조치 여부와 점검 계획도 적시됐다.

시공사측은 콘크리트 타설계획으로 ‘저온일 때 콘크리트 타설을 피한다’고 명시했지만 붕괴 사고 당일 영하의 날씨에서도 콘크리트 타설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현장에서는 먹혀들지 않았다는 게 확인됐다.

시공사측이 안전계획서에 담은 ‘콘크리트공사 자체 안전점검표’도 현장에서는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올만하다.

콘크리트 공사 안전점검표는 ▲타설후 최소 5일간 수분을 보존하도록 했는가 ▲양생기간 온도는 항상 4도 이상을 유지했는가 ▲강우·폭설 등 기상변화에 대비하여 콘크리트 노출면을 보호했는가 ▲일광의 직사, 급격한 건조 및 한기에 대하여 대책을 강구 했는가 등을 점검토록 했다. 충분한 콘크리트 양생(養生)을 위한 점검표이지만 건물 붕괴로 이어진 만큼 사실상 따르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감리업무수행계획서와 안전계획서는 감리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확인시켜준다.

조 의원이 제출받아 공개한 감리업무수행계획서에는 설계 규정에 적합한 지를 검측해 결과에 따라 불합격시 재시공 보완토록 하는 검측 절차를 제시됐다. 현재 사고 원인으로 꼽히는 문제점들을 고려하면 콘크리트 타설·양생 상태, 거푸집 재료·조립 상태, 철근 수량, 레미콘 품질, 동바리(기동형 가설물) 제거 등에 대한 조치를 원칙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관리계획서도 거푸집, 동바리 해체의 경우 콘크리트가 하중을 받는데 필요한 강도에 도달한 것을 확인하고 감독원의 승낙을 얻어 실시하도록 규정했다. 감리업무수행계획서에는 일일 공사일지와 주간·월간 공정 등도 정기적으로 감리에게 제출해야 한다는 점도 명시돼 있다. 일일공사일지에는 일정별 콘크리트 타설·양생 기간 미흡 여부, 바닥 슬래브 내려앉는 사고 발생 기록 여부, 동바리 해체 여부 등이 담긴다. 향후 경찰이 붕괴 원인 및 부실 감리 여부를 확인하는 데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콘크리트 타설 중 동바리가 변형, 내려앉는 등 이상 징조가 발견되면 콘크리트 타설을 중지하고 변형·침하 여부를 점검해 안전을 확인한 뒤 보강조치를 취하도록 했고 동바리 철거 시기도 콘크리트 설계강도의 70%가 될 때까지 또는 타설 뒤 5일이 경과할 때까지 제거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했지만 실제 시공과정에서는 적용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동바리의 불안한 설치 문제는 조 의원이 공개한 서구의 안전점검 결과에서도 제기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구는 지난해 3월 16일 화정동 아이파크 현장에 대한 해빙기 안전점검을 진행, 당시 1단지 동바리 지지 상태가 미흡하다고 지적했었다. 당시 공정률은 26%로, 서구는 육안 점검 과정에서 ‘동바리 하중 지지상태가 일부 구간 미흡해 보완바람’이라고 통보했었다. 또 안전관리계획서에는 감리가 콘크리트 타설 중이나 타설 후 바로잡을 수 있는 과도한 처짐과 붕괴 징후를 발견하기 위한 감시를 철저히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서류상 안전만 추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건설안전학회장인 안홍섭 군산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설계·안전계획이 완벽하더라도 1~2㎝만 지키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기본적인 것을 다 지켰더라도 어느 한부분이 부족해 붕괴 사고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